녹취록 새 공방 … 민주 "기자가 녹음" 새누리 "훔친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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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새누리당이 백령도를 방문해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황우여 대표(가운데)가 제2연평해전 전사자를 기리는 희생 장병의 부조를 쓰다듬고 있다. 뒤쪽은 이혜훈(오른쪽)·심재철 최고위원.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 대사의 ‘녹음 파일’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입수 경위를 놓고 법정으로 가게 됐다.

 지난해 권 대사의 발언은 한 월간지 H기자가 녹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8일 민주당의 박범계 의원과 당직자 K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박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에서 “NLL 대화록 있잖아요. 자료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거는 역풍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그거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이고, 도 아니면 모고, 할 때 아니면 못 까지” “그래서 이거는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라며 권 대사의 발언을 폭로하면서 출처에 관해선 “제보받은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H기자는 고소장에서 “지난해 12월 10일 당시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녹음했지만 지금까지 (음성 파일을 공개한) 박범계 민주당 의원 등 누구에게 들려주거나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민주당이 음성파일 녹취록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H기자가 음성파일을 녹취한 결과 ‘도 아니면 모고 아니면 못 가지’로 돼 있는데, 박 의원은 ‘도 아니면 모고 아니면 못 까지’로 공개했다는 것이다. H기자는 또 “녹취를 푸니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이후엔 제대로 들을 수 없는데 박 의원은 그 문장 이후에 ‘까고’라는 단어를 넣었다”고 주장했다.

  H기자는 고소장에서 “지난해 휴대전화를 교체했는데 민주당 당직자 K씨의 국회 사무실에 들렀을 때 K씨가 구형 휴대전화에서 새 휴대전화로 음성파일을 전송하는 작업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녹음파일이) K씨의 PC에 복사됐을 수도 있다고 추정된다”며 “민주당이 가지고 있다는 음성파일 100개도 내 스마트폰에 있던 파일이라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즉시 H기자의 녹취 파일을 입수한 경위를 공개해야 한다”며 “절취한 것이 맞다면 엄연한 불법 ”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녹취 파일은 정상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의해 확보됐고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 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다른 당직자는 “입수 경위는 법적 절차를 밟으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며, 녹취록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전문가에게 맡겨 녹취를 풀었다 ”고 했다. H기자가 고소한 민주당 당직자 K씨는 본지 통화에서 “(H기자는) 아끼는 후배라 더는 대응을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K씨는 “휴대전화 데이터를 옮길 때 (저장장치인) SD카드를 빌려줬는데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그런데 어떻게 내가 절취하겠느냐”고 절취 의혹을 부인했다. K씨는 또 “H기자가 ‘(권영세) 파일을 보내줄 테니 들어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보내 보관하고 있다. 이미 H기자가 그 파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박지원 의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녹음 파일에는 ‘개헌을 해서 민주당을 이렇게 하겠다’는 말도 있고, 안 의원에 대한 말도 있 다”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채병건·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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