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병원장' 고용 요양병원 6개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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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영등포구의 E요양병원(현재 폐업) 원무과장으로 일하던 정모(50)씨는 2004년 이른바 ‘사무장병원’ 사업을 구상했다. 자신이 직접 병원을 인수, 의사들을 고용해 운영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요양병원은 의료사고 위험이 거의 없고 간병사업에 따른 부수입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부동산업자인 또 다른 정모(68)씨가 동업자였다. 이들은 ‘바지 병원장’부터 물색했다. 바지 병원장을 구해 월급을 주는 대신 명의를 빌려 서울 영등포의 M요양병원을 인수했다. 여기서 재미를 본 이들은 한 단계씩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투자자들에게 연 10~20%의 수익을 약속하고 병원 1곳당 20억~3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돈은 새 병원 확장이나 투자자 배당 등에 썼다. 두 사람은 9년 동안 병원 수를 6곳으로 늘렸고 한때 연 4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업형 사무장병원’으로 키운 것이다. 하지만 의료설비 확충과 의료진 채용은 거의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형렬)는 병원을 총괄 운영한 정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동업자 정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병원장 명의를 빌려준 장모(66)씨 등 의사 4명과 한의사 차모(55)씨 등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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