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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인도 없이 등·하교, 학생·차량 뒤엉켜 … 예산 없어 확장 손 못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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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천안업성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학교 앞 진입로가 좁아 차량 두 대가 교행하기에 버겁다.

천안 업성고등학교 진입로가 아침마다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차량 통행이 많은 도심도 아닌 한적한 외곽지역 통학로가 등교시간만 되면 차량과 학생들이 뒤엉켜 난장판이 되기 일쑤다. 안전을 위해 교사들이 매일 교통지도에 나서고 있지만 한꺼번에 몰려드는 차량과 학생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학교 측이 지속적으로 천안시에 통학로 개선을 요구했지만 8년째 감감무소식이다.

#1. 오정인(2년)군은 등교시간만 되면 짜증이 밀려온다. 평소 성정동에서 버스를 이용해 통학하지만 가끔 부모님 차량을 타고 학교에 가는 날이면 마음이 더욱 조급해진다. 진입로가 좁아 차량이 제대로 들어갈 수 없는 데다 학교 정문 앞으로 가더라도 마주 오는 차량과 뒤엉켜 진입로를 빠져 나오려면 진땀을 빼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오군 때문에 출근시간을 넘기는 날이 많다.

 #2. 전우영(3년)군은 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 봄에도 벌써 2차례나 차량 추락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형버스가 비좁은 도로에 들어섰다가 논으로 곤두박질 치는 광경을 목격한 뒤로는 아예 통학차량을 버스에서 승합차로 바꿨다. 전군은 “등·하교 시간만 되면 이 일대는 매일 같이 교통전쟁을 치르느라 큰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아침마다 차량 100여 대 몰려 교통지옥

업성고가 학교 앞 진입로 문제로 수년째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26일 오전 7시30분. 등교시간이 되자 한적한 시골길 안으로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10분도 채 안돼 정문을 기준으로 양쪽 방향에서 학생들을 태운 대형 통학버스와 승합차, 승용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도로가 차량들로 꽉 막혔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 익숙한 듯 차량에서 내린 학생 수백 여 명이 100여 m에서부터 걸어오기 시작했고 이 일대는 학생들과 차량들이 뒤엉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인도가 없어 차량에서 내린 학생들은 한 줄로 길게 늘어서 도로 끝과 논 사이 30㎝도 안 되는 공간을 비집고 다니며 정문으로 향했다.

 진입로(1㎞ 구간) 도로 폭은 승용차끼리 교차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곳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구간도 상당수에 이른다. 구불구불한 도로 구조도 정체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시내버스와 대형버스가 진입로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학생을 실은 대형버스 10여 대가 줄지어 들어오자 이날 역시 도로사정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교사들이 학교 앞에서 안전한 통학을 돕고 있었지만 원활한 차량 소통을 위한 교통지도는 사실상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도로 양 옆으로 여유 공간이 없는 데다 버스가 떠날 때까지 다른 차량이 반대편으로 지나가지 못했다. 도심과 떨어진 외곽지역에 학교가 있다 보니 시내권에 있는 학생 대부분이 자가용과 시내버스, 통학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어 좁은 도로에 많은 차량이 몰리게 되고 교통정체 현상이 매일 반복되고 있었다.

 차량을 피해 비좁은 도로를 지나가다 도로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도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 초에도 학생을 태운 대형버스가 논길로 떨어져 학부모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일부 토지 보상 진행했지만 공삽비용 확보 못해

학교 측이 천안시에 진입도로 개선을 위한 민원을 냈지만 예산이 없어 공사는 수년째 지지부진하다. 천안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천안 서북경찰서에서부터 업성고 정문을 지나 천안 업성초등학교에 이르는 1㎞ 구간의 도로확장(폭 11m) 실시설계 용역을 완료하고 이듬해 12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토지보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후 예산편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사 진행이 3년 동안 멈춰 섰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졌고 시는 지난해에서야 2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토지보상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시는 이후로 소요될 공사비용도 확보하지 못했고 더 이상의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시는 급한 대로 경찰서에서 업성고 정문 앞을 지나는 680m 구간에 대한 공사부터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총 사업비 68억원(보상비 48억원, 공사비 20억원) 가운데 업성고에 이르는 구간에 대한 보상 진척률이 90%를 넘었고 10억원 가량의 공사비용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로 예정된 추경 예산심의에서 예산이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시는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초에나 공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천안시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업성고 통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년 전부터 도로확장 계획을 세워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확보가 쉽지 않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라며 “이번 추경에 부분적이라도 예산을 확보해 공사에 들어갈 생각이지만 여러 사업 가운데 우선순위에서 밀릴 경우 내년에 가서야 공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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