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계산착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세계적인 「바이얼리니스트」인「엘먼」이 처음으로 일본 대판에서 연주회를 열었을 때의 일이다.
일본의 한 젊은 비평가가 서툰 영어로 『어떻습니까, 이 음악「홀」의 기분은?』하며 자랑스런듯이 물었다.
『여긴 음악회를 할 장소가 못 되는군. 대포를 쏠 곳이지, 대포를 말이요』하며 「엘먼」 은 내뱉듯이 말했다 한다.
자랑할만한 음악당은 갖고있지 못하지만 우리네에게는 대신『내일로 뻗는 고속도로』가 있다.
그러나 만일에 이미 완공된 경인 고속도로를 누가 외국인에게 자랑한다면 「불도저」나 다닐 것이지 「스포츠·카」를 몰만한 곳이 못된다는 핀잔을 받기 십상이다.
경인 도로만 봐도 3개월밖에 안되는데 벌써 포장을 다시 손대야하게 되어있다. 그래도 「슈퍼·하이웨이」니 「턴·파이크」니 하는 날씬한 외래어가 일상화된 것만도 여간 고마운게 아니다.
정말로 우리나라의 동서남북이 모두 1일생활권 안에 들어가게 된다면 우리네의 근대화도 훨씬 수월해 질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게 갈수륵 태산인 것 같다.
지난 14일 건설부장관은 경부고속도로의 연내 개통이란 정부방침의 실현이 어렵게 됐다고밝혔다.
그 이유는 당초에 잡았던 3백30억원이란 공사비가 『잘못 책정』됐기 때문이며 백억원쯤증액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원권으로 경부선을 깔아 본다면 7백50만장 쯤이면 된다. 그러니까 백억원쯤 되면 경부간을 여섯번 왕복하고도 남을만 하다.
그만한 돈이 공사비 책정상에「미스」가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건설부장관은 대전∼대구간의 산악지대에 대한 조사 불충분과 물가상승에 대한 고려 부족 때문에「미스」가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많은 전문가들이 그처럼 오랜 시일을 걸려 검토했었을 계산에, 그런 착오가 있을수 있겠는지 수수께끼같은 얘기다.
한동안 유행하던「시행착오」 라는 말을 듣지 않게됐나 했더니 이제는 새로 「계산착오」라는 말이 유행될 것같다.
총 예산의 30%씩이나 틀려드「하이웨이」만 제대로 건설된다면 되지않겠느냐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계산착오」에 의해 마련되어 나가는 「내일」이 어떤 것이 될지. 사실은 그게「하이웨이」 보다도 두려운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