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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이 마운드에 오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앨라배마주 버밍햄에 위치한 미 스포츠의학연구소에서 마이너리그 투수인 브라이언 웨스트가 자신의 투구 능력에 대해 기술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커브가 제대로 휘지 않고, 싱커가 제대로 구사되지 않으며, 직구 스피드가 자꾸만 떨어질 때 몇몇 투수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는다.

앨라배마주 버밍햄에 위치한 미국 스포츠 의학연구소 연구진들은 투수들의 투구 동작을 관찰한다. 하지만 이들은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곳 과학자들은 컴퓨터와 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선수의 투구 동작을 철저히 조사한다. 이 기술은 초당 500프레임으로 이들의 투구 동작을 촬영해 선수들의 몸동작을 막대기 모양의 디지털 영상으로 바꿔 놓는다.

과학자들은 투수의 투구 동작을 정확하게 복사한 막대 모양의 움직임을 통해 순간순간의 세세한 동작들을 정밀 분석하게 된다. 투수의 몸 움직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공에 최고한도의 힘이 실리는가? 어떻게 하면 투수가 더 많은 힘을 끌어낼 수 있을까?

경기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전국의 많은 투수들은 이런 형태의 분석을 받기 위해 스포츠의학연구소를 찾고 있다.

브라이언 웨스트도 이들 중 하나이다. 웨스트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더블에이 팀인 버밍햄 바론스에서 뛰고 있는 투수다. 한 때 메이저리그 선수였던 그의 투수 코치인 후안 니브스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대단히 크다.

"그는 5일 마다 선발 등판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모든 요건을 다 갖춘 선수다."

하지만 웨스트는 그의 투구 동작에서 보이는 몇몇 결점들을 없애고 싶어한다. 고교시절 부상을 겪은 적이 있는 그는 투구 메카닉을 발전시키게 되면 마운드 위에서의 기량도 좋아질 뿐 아니라 부상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분석은 '일반 비디오카메라로는 불가능 한 것 까지' 잡아낼 수 있다고 웨스트는 말한다. "야구는 강속구와 스트라이크 등이 숫자와 결과로 기록되는 운동이다. 그리고 만약 투구 메카닉을 개선해 더 많은 스트라이크를 잡아내고 더 많은 타자를 아웃시킬 수 있게 된다면 매우 값진 일이 될 것이다."

디지털화 준비 작업

이 연구소에 설치된 실내 마운드에서 글렌 플레직 박사와 그의 연구 보조원들은 웨스트에게 기술 장비들을 보여주고 그가 '디지털화'될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반사 표시장치와 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연구진들은 투구 동작의 세밀한 부분까지 정확히 잡아낼 수 있다.
플레직 박사는 "반사 표시장치들을 엉덩이와 어깨, 무릎, 발목 등에 붙일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투구하는 동작을 촬영하기만 할 겁니다"라고 설명한다.

투구가 끝난 후 웨스트는 단지 선과 점으로만 표시된 자신의 투구 동작 테이프를 보면서 연구진들로부터 어떤 점들이 밝혀졌는지 듣게 된다.

웨스트는 "비디오 정지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이 지금 막 내가 한 동작들을 컴퓨터로 지켜보게 되다니 이건 마치 영화 '매트릭스 속편'에 들어온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훌륭한 투수들이 모두 각각 나름대로의 와인드업 동작이나 투구 동작을 갖고 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측정 및 분석이 가능한 공통점들을 지니고 있다고 플레직 박사는 말한다. 이런 핵심 특성들을 알아낸다면 다른 투수들의 경기력 향상 및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미 스포츠의학연구소는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는 방법, 다시 말해 부상 방지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플레직 박사는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투수가 투구 메카닉을 좀더 효율적으로 발전시키면 힘을 덜 들이고도 더 빠른 공 스피드를 갖게 된다. 다시 말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생체역학 틀 다듬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릭 페터슨 투수 코치는 2002 메이저리그 올스타 투수인 배리 지토를 포함해 몇몇 젊은 선수들을 이 연구소로 보내 투구동작 분석을 받게 했다. 올해 올스타전은 화요일 저녁 7시(현지시간)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열린다.

웨스트는 컴퓨터 화면상에 선과 점으로 간결하게 나타낸 투구동작을 통해 자신의 투구 메카니즘을 자세히 분석할 수 있다.
플레직 박사는 1995년 팔꿈치 관절 수술을 받은 후 지난해 메이저리그로 깜짝 복귀한 신시내티 레즈의 호세 리호 투수와 함께 투구 동작 분석 작업을 하기도 했다.

올해 플레직 박사는 자신의 연구에 몇 가지 새로운 내용들을 덧붙였다. 그는 또한 네 가지 기본적인 구종(채인지 업, 슬라이더, 직구, 커브)에 따른 투수들의 투구 동작 변화 및 신체 어느 부분에 무리가 가는지에 대한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있다.

연구진들은 직구에 대한 데이터들을 이미 1991년에 수집했지만 아직까지도 계속해서 연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플레직 박사가 전했다. "한가지 의문은 곧이어 또 다른 의문점으로 번져간다"고 그는 말한다.

생체역학을 통해 얻는 교훈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고 플레직 박사는 말한다. 과거나 현재 유소년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야구 선수들은 아마도 이런 예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어린이들은 수염을 깎을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커브볼을 던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어린 투수들의 뼈 관절판이 완전히 굳기 전까지는 커브볼을 던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뼈가 아직 자라나고 있는 중이라면 커브볼 던지는 것이 성장과정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소년은 사춘기를 맞으면 수염이 돋기 때문에 수염의 존재 유무가 X-레이 없이도 가장 적당한 시기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리석은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과학적인 방법인 셈"이라고 그는 말한다.

BIRMINGHAM, Alabama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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