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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주민등록증은 주민등록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은 제1조에 「…주민의 거주관계를 파악하고 상시로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봄, 국회에 이법의 개정안을 내놓았을 때, 정부는 몇가지 강제규정을 포함시켰었다. 등록증의 휴대를 의무화하고, 그것에 따른 벌칙을 규정한 것이다.
논란 끝에 이 조목이 삭제된 것은 헌법정신을 존중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법으로는 주민등록등을 상시 휴대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그것에 대한 벌칙도 없다. 다만 등록증의 주의사항으로 이것을 휴대해야한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행정명령」에 지나지 않으며 곧 법규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내무부가 주민등록번호를 은행창구에까지 동원하려는 것 은 완전히「난센스」다. 하다못해 채용시험에도 그것을 제시해야한다는 것은 인간보다「증」이 우선한다는 사고방식이다.
1934년 1윌,「게오르규·한네스·토메」라는 사나이가 「스위스」의 최대도시「쮜리히」에 나타났다. 그는 관광객을 가장한「게슈타포」였다.「토메」는 시내의 큰 은행수개처에소액의 예금을 하고 다녔다.「스위스」은행에 예금을 하고있는 독일시민의 명부를 알아내는밀령을 그는 받고 있었다.「토메」는 여자행원을 꾀어, 드디어 한 독일인의 예금을 확인한다.「스위스」의회는 발칵 뒤집혔다.「나찌」의 예금인도 통보를 받은 것이다.
「스위스」은행은 어느 권력가도, 정부도, 재판소도, 그리고 세무서도 손댈수 없게 된 것은 이때부터이다. 『「스위스」은행』이라는 책의 저자「페렌바하」는 『세계 제1의 신용창고는「스위스」에 있다』고 격찬해 마지않는다.
민주사회에서 개인이 은행의 예금통장을 갖는 것은 감미로운 행복이며 보람이고, 생활의 기쁨이다. 또한 알뜰한 자유이기도 하다. 은행얘기만할 것이 아니다. 직업인도 그렇다. 직업인의 재질은 무엇보다도 인간 본연의 문제이다. 그가 반국가행위자가 아닌한, 그는 성실·재능·건강 만으로 훌륭한 직업인이 될 자격이 있다.
만사를「증」하나로 처리하러는 생각은 비민주적 사고방식이다. 주민등록증이 시민의 혹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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