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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려진 쟁점|나주 재선거 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나주재선거의 결과는 6·8선거부정을 추궁해온 신민당에는 심각한 타격과 좌절을 안겨주었다.
이번 재선거는 대법원의 선거무효 판결에의한 첫「케이스」라는 점과 야당의 개헌논쟁제기로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선거과정은 뚜렷한 쟁점을 부각시키지 못한채 금력경쟁이 득표운동의 축을 이루어이같은 정치적 의미는 흐려진 것 같다.
이곳 재선거는 일찍이 그예를 볼수 없었던 여야당의 거당적 지원을 특징으로 했다.
신민당은 개헌논쟁과 부정선거의 청산을 내세워 선거전에 기선을 잡았고 특히 선거운동 자체를 개헌 저지운동과 연결시키려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시종 개헌논쟁을 회피했다.
신민당은 개헌논쟁이나 선거부정규탄이 표의 향배를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못했다고 보고있다.
그이유는 공화당의 압도적 금력과 신민당후보자가 신민당이 내건「이슈」를 뒷받침하는 「이미지」를 갖고있지 못했다는 두가지 점을 들고있다.
신민당의 정명섭후보는 지난날 선거에서 줄곧 여당인 자유당 소속이었고 지나간 사사오입 개헌파동에서 개헌추진 세력이었다는 점에서 그같은 분석이 나오는 것 같다.
이번 재선거에서는 대리투표나 유령유권자, 야당탄압이라는 말썽은 없었다. 그러나 선거의 타락현상은 가셔지지 않았다.
농촌의 빈곤, 낮은 정치수준, 그리고 일반적인 정치불신 때문에 선거경쟁에선 졍치적 문제가「어필」되지 못하고 단 한푼이라도 당장의 실천에 유권자를 매달리게 했고 정당이 이러한 헛점을 득표에 활용하는 농촌선거의 병패는 그대로 반복되었다.
6·8총선후 여야는 음성적인 득표운동, 이른바 선거의 타락현상을 막기위해 의정서를 만들고 선거법을 개정했으나 금력이 파고드는 선거의 타락현상은 법으로 규제할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일반적인 정치불신, 막대한 선거자금 같은 것들은 앞으로의 선거에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었다.
특히 금력이나 조직에서 여당을 뒤쫓기 어려운 야당은 농촌에서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것을 현실문제로 실감해야 했다. 신민당측은 개표중도에 개표참관을 포기하고 『관권과 금력이 유례없이 작용한데 대해 국회에서 따지겠다』고 성명했지만, 선거의 타락상은 음성적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공세로 끝날것이 틀림없다. 그보다는 선거와 돈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하느냐는 문제가 절실하게 남는다. 나주에서 개헌논의가 본격화하였다면 이번 재선거의결과는 개헌문제에 대한 중간심판이라고 간주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개헌문제가 큰 쟁점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거결과가 개헌문제와 함께 얘기되지는 않을 것 같다.<이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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