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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대학의 정원미달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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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명간에 있을 예정인 후기모집대학들의 합격자 발표를 고비로, 전국 각대학의 금년도 신입생모집은 사실상 일단락을 짓게 된다. 올해 전국 각대학의 지원 및 합격상황은 예년에 볼수 없던 몇가지 특이한 현상을 뚜렷이 부각시켰는데 그중에도 특히 세인의 주목을 끌게 한 것은 일부 지방대, 교육대 및 이른바 3류대학들의 현저한 정원미달현상이라 할 것이다.
국립의 종합대학교를 포함하여 지방에 소재하는 대다수 대학들이 재차 학생모집광고를 내지 않을수 없게 된것은 물론, 서울소재의 종합대학교가운데서도 이현상은 예외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교육대학의 경우, 전국의 16개 교대가운데 이 현상에서 예외가 된것은 오직 서울·부산·전주·광주 교육대학등 4개교에 불과하고 나머지 12개 교대가 정원의 반수에도 미달되는 지원자를 가졌을 뿐이었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것은 더말할 것도 없이 작년말에 처음 실시했던 이른바 대학진학자 예비고시의 시행결과와 유관한 것으로서 어느정도 예측했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작년말에 실시했던 대입예비고시의 결과는 금년도 대학입학지원자 11만여명중 전국대학신입생 정원의 1백50%에 해당하는 6만1천명만을 합격시켰던 것인데, 이합격자중 대다수가 재수를 할망정 서울이나 지방의 유수한 대학에만 진학하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올해부터 이미 구체적으로 노정화하기 시작한 일부 대학들의 이같은 정원미달현상은 당국이 애초부터 노리던 바라 할수 있고, 또 어느 의미에서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질적향상을 위해 좋은 전기를 마련해 준것이라고도 볼수 있다.
원칙을 말한다면야 그렇지 않아도 선진제국에 비해서 기초적인 학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고교졸업자들의 일반적인 학력검정고시에 있어 평균 40점에도 미달하는 「커틀라인」을 넘어서지 못한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그 자신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정력의 낭비로 끝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교당국의 입장으로서는 현실문제로 대두한 이 정원미달현상을 그저 당연한 귀결이라느니, 학생 재모집을 하라느니 하는 따위의 안역한 태도로 방관만 하기에는 문제가 너무도 심각하다는 것을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실대학으로 낙인이 찍힌 일부대학들이 점차 자연도태의 대상이 되어 마땅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들 대학들도 당국의 인가에 의하여 설립된 교육기관인 이상 그 학교가 마지막 문을 닫을 때까지 어느 정도의 질적수준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운영을 기할수 있는 보장책을 세우는 것은 마땅히 문교당국의 책임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로서도 수급사정에 심한 고충을 받고있는 국민학교 교사의 양성을 위해 국비로써 운영하고 있는 전국 각 교대가 전반적으로 폐문의 위기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중대사가 아닐수 없는 것이다.
문교당국은 학생재모집을 지시하는 따위 무책임한 태도를 지양하고, 교직을 매력있는 것으로 느낄 수 있을만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우수하고 사명감에 불타는 지원자가 대거 교대지원에 살도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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