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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쇼크' 몰라요 … 한 달 새 최고 23% 수익 낸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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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국내주식형 -6.9%, 국내채권형 -0.8%, 해외주식형 -9.5%, 해외채권형 -3%’.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공모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이다. 그야말로 추풍낙엽이다. 최근 한 달간 전 세계 주식·채권 값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펀드들은 울상을 지었다.

 지난달 23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Red) 의장이 의회에서 “앞으로 수개월 안에 돈풀기(양적완화)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게 주식·채권 가격 하락의 계기였다. 그 뒤 21일까지 코스피지수는 8.6%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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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가운데서도 지난 한 달 동안 수익을 낸 공모펀드들이 있다. 독특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들이다. 동양자산운용의 ‘동양탄소배출권특별자산’ 펀드가 대표적이다.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이 23%에 이른다. 그러나 장기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3년 누적으로는 76%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펀드인 것이다.

 법인 전용이긴 하지만, 꾸준한 펀드로 KDB자산운용의 ‘KDB 아시아 베스트 하이브리드’가 있다. 한국·인도·대만·홍콩 주식을 담는다. 이와 함께 글로벌 외환시장 상황에 맞춰 환 헤지를 했다가 안 했다가 하면서 환차익을 노린다. 이런 방법으로 최근 1개월간 2.2%, 올 들어서는 8.5% 수익을 올렸다.

KDB운용 정창곤 차장은 “환차익도 있지만 주가가 떨어질 때 방어력이 강한 주식들을 주로 담은 게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투자 가능한 펀드 중에서는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골든브릿지블루오션3호’가 눈에 띈다. 금리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초단기 채권에 주로 돈을 굴리면서 동시에 공모주를 통해 추가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성적은 1개월 0.7%, 올 연초 후 2.6%다. 골든브릿지운용 차정진 팀장은 “올해 코스닥 공모주를 잘 활용한 게 수익률을 높인 배경”이라고 밝혔다. ‘KDB공모주채움’ 펀드 역시 비슷한 전략으로 하락장에서도 플러스 수익을 이어 가고 있다.

 달러 강세 덕을 보는 펀드들도 있다. 원-달러 환율 상장지수펀드(ETF)인 ‘우리 KOSEF 미국 달러 선물 특별자산’ 같은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이익이 나는 상품이다. 21일 기준으로 1주일 사이에만 2.5% 이익을 올렸다.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예상 일정을 밝히면서 달러가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환율 때문에 꼭 같은 해외 펀드 간에도 환 헤지를 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달러가 강세여서 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가 더 성적이 좋았다. 헤지를 않는 펀드는 이름에 ‘UH’라는 표시가 들어간다.

 최근 1주일간은 또 농산물 펀드가 쏠쏠했다. 국제 곡물 값이 올라서다. 그러나 농산물 펀드가 상승 랠리를 벌일지는 미지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권정훈 팀장은 “올 들어 곡물가가 계속 떨어지자 저가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이 반등했다”며 “저가 매수 말고 다른 뚜렷한 상승 요인이 없어 곡물가가 계속 강세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베트남 펀드도 5월 22일~6월 21일 1개월간은 플러스 수익을 냈다. 그러나 최근 1주일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20일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다른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며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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