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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협력의 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 하원의 「칼·앨버트」민주당원내총무를 비롯한 여야의원 일행 22명이 우리국회의 초청으로 오는 3월2일에 내한 정부 고위층 및 국회지도자들과 만나 한미간의 현안 문제를 협의하리라고 한다. 미국의 여야의원들이 이번처럼 대거 한국을 방문하여 우리측 요로 당국자와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만큼 온 국민은 그들의 내한을 충심으로 환영하며 그들의 방한이 한미 우호의 증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미 수교후 70년이 지난 오늘까지 미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으로서 우리나라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왔다. 8·15해방과 6·25의 무력지원을 들출 것도 없이 미국은 우리의 다시없는 혈맹이요, 그들과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유대를 맺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정부·의회 「레벨」의 교류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본과는 적치 40년의 쓰라린 과거를 잊은 채, 한일 정기각료회의·한일의원간담회·한일협력위원회·한일경제위원회 등 정부·국회·민간「레벨」의 여러가지 협력 체제가 우후죽순처럼 솟아났는데 반하여 미국과는 여지껏 한미 의원 간담회조차 구성되지 않았던 때에 늦게나마 국회에서 미국 의원단을 초청하여 그들과의 협력 체제를 굳히겠다는 것은 만각의 허물은 있으나 극히 긴요한 길이라고 하겠다. 미국의 국회의원들이 대거 내한하는 이번 기회에 국회는 적어도 한미의원간담회라도 정기적으로 열게 되도록 힘써 주기를 바란다.
이번에 내한하게 되는 의원단의 구성을 보면, 하원의 다수당인 민주당원대총무 「칼·앨버트」씨를 비롯하여 금통위의 「리처드·해너」의원 등 4명, 농림위의 「페이지」위원장 등 4명, 외교위의 「해밀튼」의원 등 4명, 국방위의 「멜빈·프라이스」의원 등 쟁쟁한 「멤버」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거의 모두가 지한파로 알려져 있는 분들로서 그들은 지난번에 공표된 미하원 외교위의 보고서가 의미하는 바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줄 믿는다. 그들이 현지인 한국에 와서 북괴의 도발 행위를 직접 목격하고 한국의 안보 문제를 검토하고 난 뒤에 한국의 자주 국방 태세의 확립을 위하여 군원 증가 등에 노력할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체한 중 국내 산업과 농촌을 시찰함으로써 우리의 앞으로의 경제발전 계획에도 많은 조언이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미국의 일반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정확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추측하기야 과히 어렵지 않다. 대개가 6·25전란 기간 중의 비참한 한국상을 알고 있음 뿐이요, 각종 원조 기관의 자금 획득을 위한 「빈궁의 과잉 선전」에 따라 한국은 가난하고 미국의 짐이 되는 나라라고만 생각하고 있기 쉽다는 것이 감출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그밖에도 과거부터 일제가 자행해오던 악선전 때문에 생긴 그릇된 인식도 있음직 하다. 이렇게 볼 때 이번에 내한하는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미국 시민 일반의 편견을 떠나 참다운 한국의 모습을 발견하고 한국의 우방으로서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좋은 기회를 갖게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회고컨대 과거에는 한미 두나라 사이의 관계가 주로 미국의 입장을 위주로 해서 결정된 듯 한 감도 불문하였던 것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우리가 「이니시어티브」를 취하여 한미 우호 증진에 보다 큰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행정·입법·사법부별로 각각 베이스를 달리안 한미 협력 증진을 위한 활동이 계속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고, 민간 베이스에서도 여러가지 협력 기반을 구성하고 우호증진에 과감한 행동을 취하여야만 할 것이다. 이제는 원조만을 얻기 위한 협력 관계를 지양하고 우리도 참다운 미국의 모습을 배우고 그 사이에서 싹트는 민주 우방으로서의 보다 차원 높은 협력 관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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