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설악산 등반대의 조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구정을 전후하여 또다시 전국을 뒤덮은 폭설로 말미암아 각지에서 걷잡을 수 없는 희비쌍곡선이 빚어지고 있다.
중부·영남·호남일대에 내린 대설은 어른들에게는 보리풍년을 약속해 주는듯 했고 어린이들에게는 구정의 기쁨을 한층 돋우어 주는듯 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관동·강원일대에는 지난1월말이후 계속쏟아진 폭설과 이에 겹쳐서 숨돌릴사이 없이 전주민을 위협한 눈사태로 격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재해대책본부에 의해 집계된 전국의 설화피해만 하더라도 사망14명, 실종8명, 이재민7백52명, 건물피해3백88동과 수많은 어선이 그화를 입었다하거니와, 다시 지난13일부터 계속해서 내리고 있는 폭설때문에 18일현재 강원도내 13개 주요육로교통이두절되었으며, 속초· 고성· 양양등 영동지방은 완전 고립된 상태에 있다.
이지역에서는 적설량 최고3백센티의 폭설로인하여 80여개 부락주민 6천여명은 완전 고립되어 그 피해상황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문자그대로 설상가상격이라고나할까, 더욱 우리를 가슴아프게 만들고 있는 것은 설악산 「죽음의 계곡」 의 눈속에 파묻혀 실종된지 5일째가 되는 등반대의 조난사고소식이다.
70년대의 「히말라야」 정상정복에의 부푼 꿈을 안고 지난 6일 결단된 한국산악회의 해외원정훈련「팀」19명은 눈에 덮인 설악산에 오르기시작했다. 이들 중에서 「죽음의 계곡」에 「캠프」를 쳤던 10명이 조난 당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 최고의「알피니스트」들이었고, 이들의 장비 또한 빈틈없는 것이었다한다. 그러나 이들이 소지했던 무전기가 쓸모 없이되었던 것을 보면 너무나도 불의의 눈사태 속에 뒤덮여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이들의 등반에 앞서 속초경찰서에서는 일기불순을 이유로 등반중지를 종용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경솔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알프스」의「마타호른」의 첫등정에 성공했던 유명한 「윈퍼」도, 또는 『산이 저기 있기때문에 산에 오를뿐』이라는 명언을 남긴바 있는「조지·말로리」와같은 세계적인 명등산가들도 산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아직 이들의 죽음이 확인되지 않은 이상, 성급하게 이들에 대하여 비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는것이 솔직한 우리의심정이다. 한국산악회는 물론이요, 군에서도 「헬리콥터」를 동원하여이들의 구조에 나서고 있다하므로, 우리는 기적적으로라도 이들의 무사생환을 충심으로 바라고자 할 뿐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폭설과 눈사태등으로 인하여 18일현재 본격적인 구조작업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점과 조난대원들의 식량이 3일분밖에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루어 오직 천행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가보다.
기상예보에서는 오늘도 눈이 걷힌다는 얘기가 없다. 그저 조난대원들의 가족들과 함께 내일의 「알피니스트」들을 위해 이들의 생존을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