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버냉키 쇼크 이후 대비한 기초체력을 다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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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버냉키 쇼크가 거세다. 지난주 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量的緩和) 출구전략을 밝히자 세계 각국의 주가가 폭락하고 채권 금리는 치솟았다. 우리나라도 국제금융시장의 폭풍을 피하진 못했다. 버냉키 발언 이후 이틀간 외국인이 코스피 주식시장에서 1조17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주가는 3.4%나 떨어졌다. 인도네시아(-6.1%)나 러시아(-4.9%), 브라질(-4.9%) 등의 주가 하락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동안 선진국에서 양적완화로 풀린 막대한 돈이 신흥국으로 몰렸다가 버냉키의 발언을 계기로 신흥국에서 대거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이틀 연속 폭락했던 뉴욕 증시가 21일(현지시간) 소폭 반등하며 버냉키 쇼크의 초기 파장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국제금융시장의 요동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문제는 국제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3281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과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가 해외에서 밀려드는 외풍에 방파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바탕에는 아직까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튼튼하다는 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주식을 대거 처분하는 와중에 국내채권 투자는 늘리고 있다는 사실도 희망적이다.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장래를 괜찮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번 버냉키 쇼크는 사실 그간의 국제금융위기에 비하면 규모와 파장이 작을뿐더러,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미국경기 회복의 청신호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시장 변동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는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데 더욱 진력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나면 진짜 실력이 드러나게 돼 있다. 만일의 위기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갖추면서 다가올 기회를 잡을 실력을 갖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