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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은 정부, 공학·기술은 기업이 투자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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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호 10면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곳에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노동경제학을 연구하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채창균(사진)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공학기술은 산업에 적용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투자한 만큼 회수가 가능하다. 반면 기초과학 분야는 투자 효과를 쉽게 보기 어려운 대신에 그 혜택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외부경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아닌 정부가 나서 기초과학 분야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대신 공학·기술 분야 투자에 대해서는 “당장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보다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졸생 취업난을 연구해 왔는데, 근본 원인은 뭔가.
“우리나라의 경우 대졸자의 공급과잉 문제가 바탕에 깔려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준전문가급의 직업을 얻어야 본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맞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직업을 분류했을 때 준전문가 이상에 속하는 직업의 비율은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그 비율이 40%쯤 된다. 좋은 일자리 자체가 아직 적다는 얘기다. 반면에 대학 진학 비율은 선진국의 두 배쯤 된다. 이러니 전공과 관계없는 일을 하거나 하향취업을 하는 사람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인문·기초과학 분야가 심각하지만 공학 분야도 전공에 따라 이런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취업시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크게 나빠졌다. 지금도 그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 사정은 더욱 나쁘다. 그 사이 조금 늘어난 일자리도 대부분 고령자 위주다. 반면에 대학에 적을 둔 학생 수는 2007년 이후 5년 동안 무려 18만4000명이나 늘었다.”

-이공계는 어떤가. 공급과잉이 심각한가.
“그렇다. 이공계 재적 학생 수는 2007년 이후 5년 동안 공학계열은 약 3만 명, 자연계열은 약 2만 명 늘었다. 전체 대학 졸업생 중에서 이공계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다. 인문계열 등이 워낙 사정이 나쁘니까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을 뿐이다.”

-우수 인력의 이공계 기피·이탈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공계는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좋은 인력이 없는 게 문제다. 의학계열과 비교해 좋은 인력을 끌어올 유인이 부족하다. 학과별 노동시장 분석 결과 자연계는 취업률(73.8%)과 임금(179만4000원)이 대졸자 전체 평균(79.1%·199만4000원)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공대(81.4%·225만3000원)는 다른 학과보다는 강세지만 의약학계열(88.4%·242만6000원)과의 격차가 상당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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