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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상의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대통령은 올해들어 첫 국정시찰의 일정을 마치고 8일 귀경했다. 박대통령은 곳곳에서 농어촌주민의 소득증대사업등 정부당면 중점시정목표의 진척상황에대해 쉴새없이「브리핑」을 받고 즉석에서 많은 지시를 내린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국민의 관심을끌게한것은 지난7일 경남도정을 살피는 자리에서 내린 국민학교교사들에 대한 몇가지 지전부여를 고려해보도록 하라는 지시였다 할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박대통령은 이날『국민학교교원의 질를 향상시키고 퇴직을 막아 그들로하여금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기꺼이 봉사할수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라』고 지시하고 그방법으로서 병역과 연금상의 특전을 지적한것으로 알려졌다. 기회있을 때마다 스스로 교사출신임을 자부하고있는 박대통령으로서는 누구보다도 오늘날 우리나라 교사가 처해있는 딱한 처지에대해서 깊은 동정을 가지고있다는 증거라고도 하겠으나 우리는 그의 이번 지시가 일반적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우리나라 교사상자체에 대한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박대통령의 이와같은 지시는 경남도내에서만도 포봉·격무로 인한 신체장애·생활고등의 이유로 퇴직하는 교원이 날로 격증하여 국민학교 교사를 확보하는데 조차 곤란을 느끼고 있다는 실정을 보고받은 뒤에 내려진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와같은 실정은 비교적 조건이 좋은것으로 알려진 서울시내 국민학교교사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지난해에 실시된 한조사에 의하면 스스로 교사직에 대한 환멸을 느껴 기회만 있으면 타직에의 전출을 희망하고 있는 교사가 전체 교원의 78%나 되고, 또 개중에는 스스로 자신의 처지를「쓰레기통」으로 비유한 교사들조차 3%이상이 되었다는 보고가 있을정도이다.
대한교련의 통계에 의하면 67년중 실의와 생활고등을 이유로 스스로 교직을 등진 국민학교 교사만도 전국적으로는 6천4백61명인데 이는 전체교원수의 7·1%라는 놀라운 숫자이며, 이는 매년 교육대학에 진학하는 전체 신입생 4천8백여명의 무려1백35%에 달하는 숫자이다. 이 사실은 다시말해서 국가가 매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양성하고 있는 전체초등학교 교사수보다도 더많은 수효의 교사가 중도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기막힌 실정을 설명해주고 있는것이다.
자유중국의 장개석 총통은 일찍이 그의저서『중국의 운명』제1장에서 한나라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인재란 다름아닌 국민학교 교사임을 지적하고, 훌륭한 인재를 국민학교 교원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처우를 대학교수 못지않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 일이있다. 본토에서 대만에 쫓겨오다시피 했던 경황없는 처지에서 장총통이 이미 본토수복에 대비한 경륜으로서 국민교육의 재건과 국민학교교사의 역할을 생각하고 있던 것은 우리로서도 깊이 음미해볼만한 일이라 할것이다.
교사들에게 주는 특전으로서는 비단 단기복무제와 연금의 일시지불등 박대통령에의해 시사된 것으로만 그칠 수는없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에게 충분한 생활급을 지급하고 전정력을 연구와 학생지도에 쏟을 수 있는 정신적·물질적 환경을 마련해줌으로써 그들에게 사명감을 고취하는 일이 아울러 고려되어야 할 것임을 우리는 강조하고싶다. 이를 위해서도 우리는 교육의 자주성과 교육자치정신이 충분히 살려질 수 있는 행정적·제도적 관행이 하루 속히 확립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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