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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의 법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파킨슨」의 유명한 경제법칙 중의 하나는 관료의 수가 업무의 경중, 다과와는 관계없이일정한 비율로 항상 증가해 간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관리는 부하가 늘어나는 것을 바란다. 그러나 경쟁자가 느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둘째, 관리는 서로를 위해서 일거리를 만들어 나간다.
세째, 관리는 일단 생긴 기구가 소멸될만하면 일치단결 전력을 다해서 저항한다.
이렇게해서 관료기구는 한없이 부풀어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파킨슨」의 법칙들은 이밖에 또 있다.
제2법칙-돈은 돌어온만큼 나가게된다. 국가 재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제3법칙-확대는 복잡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복잡화는 또부패를 의미한다.
한동안 화제거리가 됐다가 잊혀질만하던「파킨슨」의 법칙들이 다시금 생각나는 일들이 그동안 부쩍 늘어갔다.
어제 있었던 정부와 공화당의 연석회의에서는 주민등록증 발급에따라 파생된 제반문젯점을 사후처리하기위해 정부안에 종합처리기구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밤10시까지공휴일도없이 일해도 현재의 동회직원수만으로는 주민등록 발급사무를 제대로 처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허위신고자의 적발이라든지, 간혹있을지도 모르는 등록증의 부정발급의 방지, 또는「사후처리」등을 위해서도, 혹은「종합처리기구」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새로운 독립기구의 설립이후에 있다.
우선 이 신설기구는 가뜩이나 확대일로에 있는 우리의 행정기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십상일 것이다. 그리고 또「파킨슨」의 제3법칙을 따라 복잡은 필연적으로 부패를 일으키기마련이다.
또 하나 두려운 문제가 있다. 원래가 주민등록증은 범죄의 미연방지며 그수사의 편의등을 위해서 생겼다.
그래서 법적 강제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지문채취에까지 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만들어내는 기구를 살리기 위해서도 시민의 권리를 무시하면서까지 없던일 들을 자꾸 꾸며나가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시민들을 모두 잠재적 피의자 취급을 한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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