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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0의 확실한 성공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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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그제 정부3.0 비전 선포식이 있었다. 대통령은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을 중심에 두는 행정이 되도록 정부 운용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 정부개혁을 국민에게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경우는 처음이며, 국민의 기대가 크다. 문제는 올바른 인식과 제대로 된 준비라고 본다.

 정부3.0은 정부1.0과 2.0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이런 표현은 정부와 국민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판단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일방향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를 정부1.0이라고 규정한다면, 정부2.0은 정부와 국민 사이의 양방향 서비스를 강조한다. 반면 정부3.0은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부3.0은 국민 중심 서비스 정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며 그 키워드는 사람이다. 형식적으로 국민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민을 정부 활동의 중심에 두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부처 중심의 칸막이 행정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부처 간 협치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실질적으로 확립하려는 것은 적어도 시작 단계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예컨대 중앙정부의 정책 구상, 정책 수립 및 집행 전(全) 과정에 지자체 일선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시도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3.0이 성공하려면 현란한 레토릭보다는 세심하게 챙겨야 할 조건들이 있다. 먼저 정부운영철학, 일하는 방식과 지향점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정부혁신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진행되었던 정부혁신을 국민 입장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부처 간 이음새 없이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행정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공무원 스스로 국민을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가짐이 없는 정부3.0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과거 정부의 행정개혁 경험이 말해 주고 있다. 맞춤형 서비스는 머리가 아닌 국민을 위하는 마음, 즉 행정문화의 변화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둘째로, 정부의 공급자적 입장보다는 수요자인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이전에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적시에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국민의 니즈와 민원 발생 가능성을 판단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의 현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만 여러 가지 정책 아이디어와 의견을 단순히 모아놓는 것은 무의미하며, 활용 가능한 정책 정보로 변환할 수 있는 해석력, 즉 소프트웨어적 역량 확보가 중요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로, 정보 공개의 목적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정보를 국민이 유용하게 활용하는 데 있다. 따라서 정부는 생애주기 관점에서 정보의 공개와 활용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끝으로, 정부3.0 구현에 필요한 정보통신 인프라의 지속적이며 안정적 구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다부처 연계서비스가 부처 간(또는 부서 내) 막힘 없이 물 흐르듯 실행될 수 있도록 정부 내부의 일하는 방식의 장애 요인을 시급히 걷어내는 제도 개선이다.

 정부3.0은 긴 호흡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개념이다. 그 성공 여부는 미래 정부의 모습과 운영, 그리고 서비스 전달 체계 등에 대한 기존의 관성적 사고를 뛰어넘는 상상력에 달려 있다. 이는 공무원만의 몫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집단감성(感性)을 요구한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