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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영웅, 아리랑 가락으로 맞이하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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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소리극 ‘아리랑’ 중 아랄해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장면. 지난해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무대다. [사진 국립국악원]

“일어나 싸우자 총칼을 메고 일제놈 처부숴 조국을 찾자. 내 고향 산천아 너 잘 있거라 … ” (독립군 아리랑)

 지금은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노래지만 독립군들이 불렀던 살아있는 음악이었다. 독립군 아리랑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아리랑을 한 자리에 모은 소리극이 무대에 오른다. 26~30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되는 소리극 ‘아리랑’이다.

 배경은 2018년 . 통일된 대한민국에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을 지낸 홍범도(1868~1943) 장군의 유골이 봉환된다. 극은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화를 다양한 아리랑으로 엮었다. 해주아리랑·상주아리랑·자진아리랑 등 익숙한 아리랑들이 곳곳에 배치된다.

 일종의 판타지지만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홍범도 장군은 1920년 만주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최대의 승전을 기록하며 항일투쟁의 선봉에 섰다. 하지만 1937년 스탈린의 한인 강제 이주정책에 따라 무장해제 당하고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했다.

 홍 장군은 카자흐스탄 남부 크질오르다에 있는 고려극장에서 수위로 일하다 1943년 타계했다.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먼 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했다. 95년 그의 유골을 국립묘지로 이장하는 계획이 수립됐으나 북한이 평양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해 끝내 무산됐다.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은 장군의 유골을 크질오르다에 두기로 결정했고 묘역을 조성했다. 분단 현실이 장군의 고국행을 가로 막은 것이다.

  오태석(극단목화 대표)씨가 연출을 맡았다. 음악은 작곡가 박범훈(전 중앙대 총장}씨가 책임진다. 20일 만난 오씨는 “아리랑은 민족의 맥박과도 같은 곡이다. 흥겹고 가슴을 뛰게 만드는 힘을 가진 곡이지만 요즘엔 잘 불리지 않고 있다. 즐겁고 희망찬 노래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1~3만원. 02-580-3300.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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