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속의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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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뉴·닉슨」의 등장을 지금 영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어떻게 보고있는가? 한마디로 그들은 지금 『모호한 기대』속에 미국의「닉슨」행정부의 출범을 관망하고있다. 『모호한 기대』란 것은 영국이나「유럽」제국이「닉슨」신정부를 아직까지도 확고한 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크나큰 기대를 갖고있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들이 갖는 기대라는 것은 퍽 근거가 있는 것으로서 68연도 미대통령 선거 기간중 「닉슨」 이 부르짖은 월남전의 비미국화대「유럽」치중, 힘의 요인에 입각한 대공산권 관계등에서 이미 보여준 대로 미국의 관심이 동남아에서「유럽」으르 전환하고 있다는 데서 어떤 기대를 갖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5월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태 즉 5월의「파리」폭동, 8월의「체코」사태, 11윌의 통화위기등을 직접적으로 체험한 「유럽」사람들로서는 그들이 갖고있는 현실적 불안이나 잠재적 취약성올 피부로 느낄수 있었고 이를 타개하는데는 싫든 좋든 미국의 힘을 빌지 않을수 없는데서 미국에는 기대가 상대적으로 높아질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가운뎡 좌우도>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닉슨」 정부에 대한 기대라는 것도 정치·경제·사회·군사등 전영역에 걸친 미국의 역할과 힘에 의존하라는 데로 집약되는 것같다. 이러한 의존도를 영국의 예에서 찾아본다면 영국의 국가운명이 달려있는 대외수지의 추향이 거의 전부가 세계교역경기에 달려 있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정책결정 하나 하나에 그 운명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국내 국외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정책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영국을비롯한 전「유럽」이 크나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그 영향이라는 것이 때로는 국가연명의 존립자체까지 위협할 정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닉슨」행정부에 대한「유럽」의 기대라는 것이 이와 같은 일종의 피후견자적 입장에서 갖는 희망적인 의뢰의 양상만을 띤 것만도 아니다.

<차분하고 능률적>
이에 대한 간단한 예로 영국의「업저버」지가 1개윌전「닉슨」행정부의 신임각료들을 평하는 가운데서도 엿볼수 있는데「업저버」지는 이들을 가리켜『「플란넬」복장의 신사들』 이라고 매우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말은 이들 신임각료들이 다분히 보수적이고 보다 점신적이며 능률을 중요시하는 사무가형이라는 뜻인데 이것은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세계에서는「카리스마」적인 인물보다는, 그리그「메시아」적인 과격한 정열보다는 차분하고 능률적인 사무가들이 보다 적격이라는 영국인들의 희망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수있다.
한편 현재로서는「닉슨」신행정부가 어떻게 대동구관계, 대중동문제, 군축문제등 복잡한 「이수」들에 대해서 대처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미지수이기 때문에 이곳「유럽」각국이 다소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한가지 확실하게 변한 것이 있다면 「닉슨」당선전후「유럽」에 번졌던 소위『극우로의 모험적 선회』라는 우려가 보다 건실한『플란넬사무가』 라는 기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 괄목할만한 「무두」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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