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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커지면, 공허감도 커지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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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천안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앞 조각공원 한가운데 새로 생긴 공공조형물 ‘매니폴드’. 행인들이 그 사이로 지나가거나, 그 밑에 서서 비를 그을 수도 있다.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나와 고헤이(名和晃平·38) 교토대 교수는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3월 11일 한국에서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있었다. 천안의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앞 공공조형물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그리고 2년여 뒤 백화점 앞에는 대폭발 후 연기가 뭉게뭉게 발산하는 듯한 형태의 흰 조형물이 나타났다. 이름하여 매니폴드(Manifold), ‘많다’는 ‘매니(many)’와 ‘접는다’는 의미의 ‘폴드(fold)’를 합친 제목이다.

 18일 이번 작품 앞에서 만난 작가는 “속은 비어있고 겉으로 팽창하는 구조다. 우리 사회가 팽창할수록 안은 비는 듯한 허무감을 빗댔다. 사이즈가 커질수록 내면의 공허감도 커진다”고 했다. 그는 이어 “팽창했다 축소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생명이 연쇄적·다발적으로 탄생한다. 이런 형태는 인간 사회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정보·에너지와도 유사한데, 인간이 제어할 수 있을 때는 편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괴물이 된다”고 경고했다.

 높이 13m, 너비 16m의 이 작품은 수많은 파이프를 한데 엮은 구조물이다. 중국의 공장에서 기본 부속들을 만들고, 일본 공장에서 그 표면을 다듬고 시험 조립해 본 뒤 천안으로 들여와 102일간 설치했다. 2년간 100여명이 달라붙었다.

 백화점 옆 아라리오갤러리에선 3년간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과 함께 나와의 신작을 전시한다. 작품 가격은 50억원.

천안=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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