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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운전사의 난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5일 밤 하룻밤 사이에 서울시내 네 곳에서 4건의 뺑소니 차량 사고가 발생하여 1명이 죽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는 이 날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고 사고차량이 뺑소니를 치는 일이 이제는 너무나 잦기 때문에 서울지검에서는 도주차량에 대한 집중단속 기간을 설정하여 단속에 나섰다 한다. 15일 오후 서울지검수사과는 사고를 낸후 도주한 차량에 대한 집중단속의 첫 성과로서 대륙교통 소속의 한 좌석「버스」운전사를 검거하는 한편 이를 입건하지 않고 묵인해준 마포경찰서 교통계 김순경을 수배했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전국적으로는 2만2천6백54건의 각종 자동차교통사고가 발생하여 2천1백63명이 사망하고 2만7천2백16명이 부상하여 해방후 최고의 사고건수와 인명피해를 주었는데 이들 교통사고의 74·3%인 1만5천3백49건이 운전사의 과실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운전사가 조금만 주의하면 교통사고는 훨씬 줄어 들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교통사고에 의한 사상자는 전기한 뺑소니운전사가 근절되면 훨씬 줄어들 것도 틀림없는 일이라 하겠다. 이렇게 보면 운전사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고는 충분히 막은 수 있는 것이며, 그러한 부주의 끝에 사고를 일으키고 인명에 피해를 입힌 뒤 그 생명조차 확인치 않고 후환이 두려워 뺑소니를 친다는 것은 인간의 양심을 가진 자로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아무리 도의가 땅에 떨어진 사회라고 하더라도 자기가 낸 사고 때문에 죽어 가는 사람을 방치한 채 뺑소니를 친다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천인이 공노할 짐승의 짓이라고 밖에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우기 도주차량의 운전사를 안면서도 입건하지 않고 대신 그 운전사의 소속회사에 가서 돈을 받고 사건을 무마해준 혐의를 받는 교통순경이 있었다고 하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독직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교통순경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전사의 준수사항을 감시함으로써 도로교통의 안전을 유지하고 위반 운전사를 입건, 검찰에 송치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여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친 운전사를 두둔했다는 것은 그러한 사고를 낸 운전사 이상으로 도저히 용서될 수 없는 행위라고 하지 앉을 수 없다.
업무상과실치사상의 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만원이하의 벌금으로 조치하게 되어 있는바, 교통사고를 과실에 의하여 일으킨 운전사는 엄벌에 처할 것이고 사고를 내어 도주한 운전사에게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여 살인이나 살인미수로 최고형에 처하여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묵인한 교통순경도 법률이 허용하는 최고의 처형을 하여야만 비로소 뺑소니 운전사의 횡포는 없어지리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가 무엇보다도 강조해야 할 것은 이처럼 양심이 마비된 수많은 뺑소니 운전사들이 아직까지도 차량을 운전함으로써 교통의 안전을 헤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검찰이 도주운전사의 집중단속기간 설정하고 과감한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 것을 환영하며 이들을 모조리 검거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에 못지 않게 우리는 운전중 고의 또는 과실로써 중대한 교통사고를 일으킨 자들의 운전면허를 단호히 취소해 주기를 바란다. 내무부는 교통순경의 교육과 감찰을 통하여 뺑소니 운전사의 검거와 입건을 강력히 지휘할 것이고 근무태만 순경을 엄벌에 처함으로써 뺑소니 운전사의 적폐가 근절 되게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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