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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창작문학상 수상|한말숙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너무나, 고통스럽고 가슴아팠던 체험이라서 감정이 생소한 채로 자꾸 튀어나갔어요. 그래서 저 자신은 이 작품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단편「신과의 약속」(68년8월호「월간중앙」게재)으로 제1회 한국창작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말숙씨의 자작평이다.
지금은 7살이된 첫딸 혜경이 다섯살 때 식중독으로 사경을 헤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신이여, 내딸을 살려주신다면 믿겠읍니다. 한번 그 효험을 보여주어 보셔요. 그러면 당신이 하는 일이 아무리 불공평해도 당신만이 옳고 당신이 하는 것은 모두 진리라고 복종하겠어요』하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딸이 건강을 회복했을 때 주인공은『무엇에게나 감사하고 싶다. 그러나 신을 믿는 것만은…기다려 보라. 나는 아직도 인간에게 미련이 있나보니까』라고 결정해버리는 것이 이 작품의 줄거리다.
한여사는 이 작품의 주제에 관해서『인간이란 죽음과 같은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지위나 연령에 관계없이 벌거숭이가 되어 이상 같은 것, 신 같은 것에 의지하기 마련이지만 정상으로 되돌아왔을 때는 그걸 잊어버리는 버릇』같은게 강렬하게 인상에 남아서 그걸 써본 것이라고 말한다.
이 작품은 그러니까 딸의 회복에 대한 감사로서 하나의 헌정하는 마음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 그 대상이 신이기보다는 살아난 딸과 치료해준 의사, 약을 발명한 과학자 등 주로 인간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처녀시절에 가졌던 인간전체에 대한 유아독존 식의 생각은 아기를 갖고 생활태도가 성숙함에 따라 완전히 사라지고 이제는 사람을 믿고 사랑하는 것의 귀중함을 깊이 느끼게 됐고 이 작품에서 신보다 인간에게 더 깊은 감사를 느끼는 것도 그런 자신의 인간관의 변천에 연유하는 것이라고 한여사는 말한다.
현대문학상에 이어 두 번째로 문학상을 타게 된 그는 상금이 비교적 적고 작품위주며 첫회 수상자가 된 것이 기쁘고 상의 전통을 세우는 뜻에서도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55년에 서울대문리대를 졸업, 56년「별빛 속에 계절」「신화의 단애」로 현대문학지에「데뷔」한 이래 40여편의 작품을 내었다. 슬하에 4자녀가 있고 부군은 가야금연주가 황병기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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