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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안전보장|69년에의 기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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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이 분단된지 어언 24년째로 접어든다. 그 동안 6·25라는 민족적 비극을 겪은 후 휴전이 성립됐었지만, 작년에는 1·21 사태와 울진·삼척 사태가 벌어졌었다. 따라서 지난 23년간 한국을 중심으로 한 긴장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완화되기는커녕 해마다 더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대세는 크게 변한 것이 사실이지만 국가 안보 문제를 두고 한국이 직면한 변화는 해방직후나 6·25동란 때나, 또는 오늘날에 있어서나 근본적으로는 다른 것이 없다.

<분단 24년의 비극>
이것은 한마디로 동구의 자유화 조류, 중소분쟁의 격화 등으로 공산권이 분열하고, 특히 「아시아」 공산세력이 소 중공 북괴의 3자 정립의 인상을 주고 있다 하더라도 북괴의 대남 도발 행위만은 날로 격화 일로에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세에 입각해서우리는 올해에도 국가안보의 중대성을 자나깨나 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준전시 태세의 확립>
주지하다시피 국가안전보장이란 제1차적으로 국민의 생명·재산 및 안전을 수호하려는 국가 의지에 관련된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은 외부로부터의 위해와 위협을 배제하기 위한 국방력의 강화를, 그 생존을 위한 지상과제로 삼지 않을 수 없으며, 여기에 정치적인 안정, 경제적 복리의 균점, 외교의 강화, 사회의 정화 등 국가 및 국민생활의 전부면에 걸친 총체적 대비책의 수립으로써 국가안보태세에 대한 재인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올해 정부의 구호는「일면국방, 일면건설」이다. 북괴가 「선전포고 없는 「게릴라」 전쟁」을 이미 도발해오고 있는 이상, 우리 국민과 정부는 부득불 상기한 국가안보 태세를 준전시하라는 접두사를 붙여가면서 급속히 확립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그에 따라, 국방 문제에 있어 항상 주체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국군의 건재와 성장에 대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큰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불행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l·21사태를 겪은 후 우리 국군의 방위 태세는 한해 사이에 눈 부실만큼 장족의 발전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국군은 자체의 능력과 지혜를 다해가면서 일선 방어 진지를 대폭 강화했으며, 대규모의 장애물 공사를 완공시켰음은 물론, 침투한 공비들을 거의 완전 섬멸시켰던 것이다. 그밖에도 우리는 그동안 2백만 향토예비군을 편성, 무장시켰으며 이들은 이미 실전을 통해 혁혁한 전과를 거두기까지에 이르렀다. 장비면에 있어서도 우리 국군은 그동안 기갑여단의 창설을 비롯, 대간첩 작전 부대·기동타격대·헬리콥터 중대의 창설과 레이다 시설, M16소총 등 많은 신장비의 도입 등이 이루어졌던 것을 마음 든든하게 생각한다.

<방위 태세의 내적 충실>
그러나 앞으로 우리 앞에 닥쳐올 도전과 시련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북괴는 지난해의 대남 도발 경험을 토대로 올해에는 더욱더 많은 수효의 무장 공비를 침투시켜 한층 더 악랄한 수법의 파괴와 테러 행위를 시도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미 내려져 있음을 우리는 주시해야 한다.
따라서 이 엄중한 상황하에서 무엇보다도 우리 국군장병에게는 주체적으로 적의 어떠한 형태의 도발에 직면해서도 이를 능히 분쇄할 수 있는 실력 향상과 내적 충실을 기해야 할 임무가 주어져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 있어 우리가 특히 강조코자하는 것은 민주국가에 있어서는 비단 전쟁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 생활의 전 영역에 걸쳐서 도전과 시련이 크면 클수록 자기들이 신봉하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키겠다는 취지가 더욱 굳어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적인 가치관에 투철한 군인 정신의 기초 위에서만, 우리 국군은 어떠한 북괴 도발에 대해서도 기대 우위의 전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를 당부코자 한다.

<안보의 국제적 유대>
한편 오늘날의 국방 개념에는 전후방의 구별이 전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 국민은 군·경·민·향토예비군 할 것 없이 혼연일체가 되어 범국민적인 결속을 이루어야만 고도의 국방 태세를 확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실로 진정한 국가 안보 태세란 모든 국민이 비단 군사면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국가 사회 생활의 모든 부문에 걸쳐 그 궁극적인 지표가 민주주의적인 가치 질서의 수호에 있음을 깊이 자각, 이 자각의 기반 위에서 철통같은 대적 임전 태세를 갖추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편, 우리의 철저한 국가 안보 태세 확립 문제는 동맹국과의 긴밀한 유대를 강화하는 문제를 빼놓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립과 자주국방이 고조되고 있지만 지금 우리의 실정으로서는 우리의 안보와 국방 태세 확립에 있어 우방국들의 적극적인 이해 및 협조가 필요 절대 불가결한 요청이 되어 있다는 것을 외면할 수는 없다.
새해를 맞이하여 첫째로 우리 외교 역량의 강화가 요청되고 있음은 물론, 정치·경제면에 있어서의 안정 기조 확립과 국민 각자에 의한 균점 복리의 실감을 가능케 하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민주 사회의 저력을 더 한층 굳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돼 있음을 지적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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