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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점의 중동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스라엘」특공대의 베이루트 국제공항 기습으로 중동 사태는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아랍」특공 대원이 아테네 공항서 「이스라엘」여객기를 기습한데 대한 보복 조치였지만 수법이 지나치게 악랄했다는 이유에서「유엔」안보리는 「이스라엘」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안보리의 결의는 「이스라엘」로 하여금 레바논에 5천만달러의 배상을 하도록 촉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가볍게 일축했을 뿐 아니라 이른바 「생존」을 위한 보복을 계속하겠다고 까지 경고하여 세계여론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미6 함대 철수 요구>
말할 것도 없이 이번에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사태는 67년 6월의 중동 전쟁의 여파이지만 세계여론이 특히 충격을 받은 것은 「이스라엘」 특공대에 의한 기습대상이 「레바논」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레바논」은 아랍 세계에서는 가장 친서방적이며 67년 중동전쟁때만 해도 가급적 전쟁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 나라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레바논은 친서방적인 노선을 이탈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레바논」에 기항하고 있는 미제6함대의 철수를 요구하고 소련 함대의 내방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소서도 새로운 관심>
이렇게 되면 지중해를 둘러싼 「나토」권과 소련권의 세력 균형이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 그동안 소련은 제정「러시아」이래의 부동항에의 동경의 전례를 따라 흑해를 거쳐 지중해로 해군력 진출을 꾸준히 계속했다. 「로트사이드」「알렉산드리아」그리고 「알제리」의「메르스·엘케비르」에 기항지를 갖고 있다. 「체코」 사태 이후 「나토」도 지중해 지역의 위협에 관심을 갖기 시작은 했지만 요컨대 지중해는 미소함대가 경쟁을 벌이는 무대로 등장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이스라엘」은 중동 사태를 폭발점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4국 회담 유산 예상>
미 영 불 소 4개국은 각 각 중동 분쟁의 해결안을 내놓고 사태의 항구적인 해결을 위해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인상이다. 불 소가 추진해 보려던 4대국 회담은 성과가 의문시된다는 이유로 유산될 것 같다. 그러나 사태의 근본을 따지고 들면 미 영 불 소는 중동 사태에 관한 한 병주고 약주는 격이다. 메이루트 공항 사건을 당한 「레바논」정부가 특히 격분한 것은 이 사건이 미국에 의한 대 「이스라엘」 팬텀기 50대 수출 발표와 때를 같이했기 때문이다. 중동 사태 해결의 선행 조건이 군비 경쟁의 중지라는 사실을 4대국이나 관계 당사국이 잘 알면서도 그들은 이른바 군사력의 균형을 위해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팬텀기를 공급하기로 결정하자 소련은 MIG21SU7을 포함한 전투폭격기 2백대를 「아랍」공화국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는 설이 나돈다.
영국은 요르단에 무기를 팔아먹을 뱃심이고 68년에는 이미 레바논에 상당량의 전투기를 제공했었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진 것 같다.
미 영 불 소 4대국이나 분쟁 당사국들은 입으로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또 하나의 전쟁을 준비하는 거나 다름없다는 데 위기의 초점이 있다.

<협상 전망 어둡기만>
최근 「아랍」 공화국은 「이스라엘」과의 협상안을 미국에 제시한 것 같은데 조건은 「이스라엘」 군의 「아랍」영 철수, 유엔 평화군 진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승국으로서의 「이스라엘」이 현재 취하고 있는 지나친 고자세, 그리고 아랍권 자체의 행동 통일의 실패 때문에 협상 전망은 어둡기만 한 채 긴장은 높아가고 있다.<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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