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자전에세이 펴낸 박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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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18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찬호(40)가 ‘박찬호 키즈’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는 류현진(26·LA 다저스)을 보며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박찬호는 1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자전에세이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웅진지식하우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로서 미국 무대에서 아시아인 최다승(124승)을 기록한 그는 후배들의 꿈이었고, 이상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나 이후 미국에 진출한 투수들이 많았지만 한결같이 나처럼 빠른 공만 던지려 했다. 야구를 오래 해 보니 빠른 공보다 정확한 공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고백했다.

 박찬호는 한양대 시절인 1994년 다저스에 입단했다. 제구력이 썩 좋지 않았지만 시속 160㎞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는 파워가 뛰어났다. 그가 불 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하자 미국 구단들은 한국 선수 스카우트에 열을 올렸다. 후배들도 ‘제2의 박찬호’를 꿈꾸며 하나둘 태평양을 건넜다. 김선우(36·두산)·김병현(34·넥센) 등이 이른바 ‘박찬호 키즈’다.

 박찬호는 “난 ‘세게, 더 세게’ 던진다는 생각만 했다. 류현진처럼 정확한 공을 던지지 못했다. 내가 정확한 피칭을 했다면 내 뒤를 따라온 후배들도 스피드를 신경쓰지 않고 더 오래 미국에서 뛰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현진이가 정말 잘하고 있다. 대견하다. 하지만 지금이 전부가 아니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현진이는 긴 여행을 시작한 것”이라며 “내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전설적인 투수 샌디 쿠팩스가 함께 찍은 사진에 ‘너는 긴 여행 중이다’라는 글을 써줬다. 당장 오늘, 그리고 올 시즌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 하나하나 쌓아가라는 의미”라고 당부했다.

 유니폼 대신 수트를 차려 입었지만 박찬호는 여전히 야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3월 JTBC 해설위원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중계했던 그는 지금도 매일 야구공을 만지고 있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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