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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도규계에 개가|갑상선 이식 성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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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갑상선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가톨릭 의대 이용각 교수 (44)가 집도, 20여명의 의사가 도원된 이번 장기 이식 수술은 낳자마자 죽은 어린이의 갑상선·부갑상선을 떼내어 어른에게 이식한 것으로 이번 수술은 69년을 「장기 이식의 해」로 삼았던 우리나라 의학계의 첫 개가로 평가되고 있다. 5년 전부터 장기 이식을 시도해온 이 교수가 부갑상선 마비로 20년 동안 고생해오던 서울 영등포 성당의 박희봉 신부 (45)에게 이식 수술을 한 것이 구랍 26일. 박 신부는 이 수술로 20년만에 재생의 해를 맞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때 신생아 가운데 거의 살아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어린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박 신부를 성모병원에 입원시킨 후 어린이의 부모에게 장기 이식에 대한 설명을 하고 어린이가 죽으면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26일 밤 12시께 이름도 짓지 못한 채 어린이가 죽자 곧 수술을 했다.
어린이의 갑상선 부갑상선을 혈관과 함께 잘라냈다.
어린이의 경동맥을 박 신부의 고동맥에, 어린이의 경정맥을 환자의 고정맥에 연결 봉합 수술을 했다.
어린이가 죽은지 1백5분만에 이식 수술을 끝낸 이 교수는 이번 수술이 외국에서도 전혀 해보지 못한 혈관과 동시에 장기를 이식한 첫 케이스인 것을 문헌을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부갑상선이 없어져 20년 동안 부갑상선 기능 마비 증세로 손발이 떨리고 얼굴의 근육이 경련 되는 등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 신부는 지난 48년에 갑상선 비대 증세로 수술했으나 재발되어 53년 군종 신부로 있으면서 재수술 받을 때 부갑상선이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부갑상선은 인체의「칼슘」량을 조절해 주는데, 박 신부는 부갑상선이 없어졌기 때문에 칼슘을 보충하느라고 그동안 하루 1백정의 「비타민」D를 먹어왔다고 말했다.
성모병원 의무원장 조규상 박사는 『이번 수술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이뤄진 갑상선 이식 수술이란 점에 의의가 크지만 이 수술 방법도 세계의 학계에서도 그 예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수술을 받은 후 2∼3일 동안 「칼슘」을 복용치 않자 손발이 떨리는 증세가 나타났으나 지금은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했다.

<기술과 착상 높이 평가>
한현 갑상선의 권위 이문호 박사 (서울의대)는 지금까지 외국의 예로 보아 갑상선은 일반 장기에서 보다 거부 현상이 약하므로 수술 예후는 좋은 편이며 유아의 작은 갑상선 및 혈관을 봉합한 이 교수의 기술과 착상은 쓸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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