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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달에는 이미 사람이 올라가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선아(항아)라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옛날에 활 잘 쏘기로 이름난 예가 선인 서주모 한테서 불사약을 얻어 왔었는데, 그의 아내인 항아가 불사약을 훔쳐 가지고 예룰 피해 달로 달아났다는 것이다. 항아분용의 고사다. 항아가 어떻게 달까지 갔는가하는 것은 분명히는 전해지지 않으나 거창한 우주선을 타고 가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고, 대체로 불사약을 먹은 덕으로 신선이 되어 간단히 날아 올라 갔다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아름답고 다정한 존재>
새벽부터 일어나 거친 풀 쳐내고는, 달빛을 받으면서 괭이 메고 돌아온다. 이것은 도연명의 귀원전거 시의 한 토막이다. [우리들에게는 달이란 다양한 정취를 자아내주는 다정한 존재다. 교교히 밝은 구름사이의 달은 훨훨 타오르는 잎 사이의 꽃과 더불어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는 것으로도 다루어지고, 보름과 열 엿새 달밤에는 천리를 떨어져 있으면서 임과 함께 밤을 같이 지내게된다.」 (포조의 완월시)라고 하여, 마치 인공위성을 통해 전파를 체송 하듯이 달을 통해 멀리 헤어져있는 심중인과 더불어 애정의 교통을 느끼기도 했다.
「월하독작」····봄의 달
계절에 따라 달이 자아내주는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봄의 달을 다룬 시로 곧 생각나는 것은 이백(자는 태일)의 월하독작이다. [꽃 사이의 한 병술. 혼자서 들자보니 가까이 할 이 없다. 잔을 들고 밝은 달맞이하여 그림자와 대해보니, 새사람이 되었구나.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한갓. 내 몸을 따라선다. 잠시 달과 그림자 동무하여서, 봄이 가기 전에 즐겨 보리라. 내가 노래하는 달은 배회하고,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는 막 구겨진다.」 이백은 꽃과 술을 곁들여 춘절의 달을 노래한 것이다. 「달아 달아 밝은달아,이태백이 노든 달아」하고 우리동요에까지 오를 정도로 이백은 달과 인연이 깊었다. 이백이 채석기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물에 뜬 달을 잡으러 뛰어 들어 가버렸다는 속설도 있다.
「관산월시」····여름달
선풍기나 냉방시설이 없는 경우에는 여름 달은 사람들에게 시원한 느낌을 안겨준다. 일만수에 달하는 시를 남겨놓은 육유(호는 방옹)도 유명한 관산월시를 비롯하여 시에 달을 많이 다뤘다.
「못 가에서 철 월을 맞이하여 젓나무 사이로 서늘한 달 밟고 간다. 선뜩하니 취한 꿈 깨어나니, 괴로운 더위 싹 씻겨진다.」 (월하작 기1) 「더위가 무서워서 건도 버선도 걸치지 않고, 달을 걷는다 단장을 짚고. 수척한 몸 머리 더부룩하여 그림자 돌아보니 외로운 소나무 같다.」 (월하작 기2) 「침상에 파고든 달이 밝은데 신병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얼굴을 스쳐 가는 바람이 맑아 술기운 가시려한다. 아득한 못 그늘에 갈매기와 백로 내려오고 선들한 가을 기운 줄풀과 부들 풀에 가득 차 있다.」 (소각납량)몇 구절씩을 따본 것이다.
「전적벽부」····가을달
가을의 달하면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소식(소식·호는 동파)의 전적벽부이다. 「달은 동산 위에 돋아 오라, 북두와 견우 사이를 배회하고, 흰 이슬 같은 빛 가물에 가득하고, 물 빛은 하늘과 닿아있다.」 「오직 강물 위의 맑은 바람과 산 사이의 밝은 달만은 ··· 취해도 금하지 않고 써도 다하지 아니한다. 이것들은 조물자가 무진장으로 마련한 것이로다」 가을의 달은 시인들에 의해 가장 많이 염원된 제재다. 「한조각 관산은 달은, 먼 하늘 만리 밖에 비추어 온다. 변새의 바람 끊임없이 불어대고, 차가운 그림자 그래서 배회한다.」 이것은 정도전의 관산월시 첫 네 구다. 흰 눈과 북풍에 곁들여 찬 달은 동절을 노래한 시구에 뚜렷한 성격을 지어주었다.

<달의 지식 모두 익히고>
우리는 달에서 계수나무를 찍어다가 초가 삼간을 지어놓고 양친부모를 모셔다가 천리만년 살게 되기를 바라는 정도로 달에 붙이는 희망은 단순 소박한 것이었고, 또 달에 관해서는 이미 필요한 것은 다 알고 있는 것으로 쳐놓고 별도 야단스럽게 더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계절의 변천에 따라 달이 우리에게 자아내주는 다양한 정취는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생리처럼 되어있고 또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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