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가정책의 핵심

양곡가격을 어떻게 다룰것인가하는 문제를 가지고 정부당국자들 사이에 뚜렷한 이견이 노출되어 혼선을 빚어내고있다.
연이은 흉작으로 양곡수급전망이 악화되면서 노출된 곡가문제는 이제 통제냐 시장기능원칙이냐하는, 시기잃은 논의속에서 맴돌고있는 느낌조차주고 있는 것이다. 원래 양곡관리에 있어 통제를 하기로 할 양이면 의당 추수전에 사전준비를 마치고 완전한 정부매입을 통한정부배급체제를 단행하지않고서는 실효가 없을뿐만아니라 쓸데업는 부작용만 일으키기 마련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실정이 전면 배급제를 실시하기에는 이미 시기를 잃은것이라면, 곡가통제론은 내용없는 것이라 하지않을수없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다뤄야 할 문제는 정부가 지배할 수 있는 양곡의 비율과 그로써 양곡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은 무엇인가하는점 뿐이라해도 결코 지나친말은 아닐것이다.
당초 추곡수확예상고를 제대로 잡았다면 정부매입가격을 가마당 4천2백원으로 결정함으로써 추곡매입을 실패게하고, 미담융자를 무위로 그치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흉작으로 공급량이 대폭줄것이 확실했다면, 처음부터 출회기에 형성될 시가를 고려하고, 매입가격을 정했어야만 정부가 가격을 조작하는데 충분한 양의 매입이나 미담을 할수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미가정책을 채댁한다는 말만 앞세웠지, 사실상의 고미가정책은 좌절되고 말았던 것이 그동안의 실정이었다. 오늘날 미가가 높은 것은 고미가정책의 선언에 그원인이있는 것이 아니라, 흉작에 따른 절대공급량의 부족에 있는 것이다. 정부매입이나 미담융자로 곡가조절수단을 확보하는데 이미 실패한 양정이 앞으로 선택할 타개책이란 오직 도입양곡의 적절한 운용의 길밖에는 없음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부족양을 메우기위해 1천9백만섬이라는 사상유례없는 수입외곡을 도입, 확보했다하더라도, 그도입외곡의 종별구성과 소비관습사이에 벌어져있는 모순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지않는다면 새해 양정에는 이변적사태가 벌어질수도 있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일이라 할 것이다.
쌀공급은 외미도입이 있다하더라도 결국 부족할 것이며, 소맥분 공급은 크게 확대될 것이므로 곡가구조 문제를 보다 세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양정의 당면문제이지, 일시적인 통제냐시장기능에의 위임이냐가 당면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미가문제는 자연의 추세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인 반면, 소맥가격은 강력히 통제하는 것이 순리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미가의 경우, 통제는 곧 가격억제를 뜻하게되는데 도입미의 확보량을 고려한다 하더라도절대공급양이 부족할것이 확실시되는 실정하에서 그가격을 누른다는 것은 이중의 손실을 가져오게 마련일 것이다. 미가를 억제하면 도리어 소비를 조장함으로써 수급불균형을 확대시키는 모순을 가져오기 쉬울 뿐아니라, 미맥대체를 억제하여 식생활구조개선에도 지장을 줄염려가 없지않다. 따라서 미가는 민간보유미든 정부보유미든, 시세대로 매상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곡가정책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한편 소맥을 주축으로하는 도입양곡은 수급상으로 공급초과상태가 될것이 분명한 것이다.따라서 미가를 억제하는 경우, 공급초과현상이 더욱 심하게 될 것이므로, 미가를 방임하 대신, 소맥가를 철저히 통제억제함으로써 양곡공급구조에 맞는 곡가구조를 유도해야할 것이다. 곡가정책의 핵심은 바로 이소맥 가격통제와 미가의 방임이라는 이원적인 것이 되지않을 없는 것임을 특히 강조하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