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자신은 착각인데, 엉터리 지식인 활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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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원책 변호사는 매번 선거철이면 TV 토론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치적 이슈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휘발성 높은 어젠다에 매달리면 가족보다 더 큰 가치를 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아이고. 잠깐만요.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보내야 되는 거라….”

 13일 서울 여의도 자유경제원 원장실. 이 방의 주인 전원책(58) 변호사가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귀에 익은, 사투리 섞인 말로 인사했다. 그는 다음 날 자신이 맡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질문지를 손보고 있다고 했다. “작가만 믿고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요. 미리 손봐놔야 됩니다. 방송은 무서운 세계에요. 아차하면 끝장납니다.”

변호사보단 방송이 본업 같았다. 방송에서 못한 얘기들을 그는 최근 발간한 『진실의 적들』(중앙북스)에 썼다고 했다. 그는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며 『자유의 적들』 등 다수 인기서를 발간했다. 『진실의 적들』은 5부작으로 계획 중인 ‘~의 적들’ 시리즈 첫 편인 『자유의 적들』에 이은 책. 『바다도 비에 젖는다』를 대폭 개정했다.

 - 제목에 특별한 뜻이라도 있나.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관념에 대한 비판서다. 관념이 곧 ‘진실의 적’이란 얘기다. 거울에 비치는 나는 사실 좌우가 바뀐 앞 모습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착각한다. 외모보다 내면은 알기 더 어려운데도 다들 자신감이 넘친다. 세상에 엉터리가 너무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전부 엉터리일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복지제도 얘기를 하면서다. ‘엉터리 지식인’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 제도의 허점 보완은 시급한 문제지만 보편적 복지는 반대에요. 표만 얻겠다고 아부하는 엉터리 지식인들 반성해야 됩니다.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데려가 달라고 이념에 관계없이 세일즈하는 수백 명. 그 사람들 ‘쇼윈도’에 앉아 있는 ‘정치적 창녀’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이 표 따라서 이랬다저랬다 하니까 제도 발전이 더딘 거 아니에요? 솔직히 말해 그 여성들을 욕할 수 있는 사람 몇 명이나 있겠어요.”

 그는 이렇게 도발적이고 직설적인 언어로 스타가 됐다. 2007년 KBS ‘심야토론’에 나와 군가산점 폐지를 강하게 비판한 게 결정적이었다.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고, 아무리 입어도 춥고, 아무리 자도 졸린 곳이 군대” 등 그의 말 모음은 6년이 지난 지금도 인터넷에서 관련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거론되고 있다. 젊은 보수 층 등 1만5000명의 팬클럽도 거느리고 있다.

 - TV에서 활동하는 특별한 이유는.

 “파급력이 강한 TV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지적하고 싶어서다. 개인적으로 친한 경찰관이 한 번은 고독사한 노인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더라. 간신히 아들을 수소문해 찾았는데, 그 아들과 며느리가 오자마자 시신 확인도 하기 전에 ‘혹시 통장하고 반지 없더냐’고 그랬단다. 자기 어머니 시신은 썩어 얼굴을 못알아볼 지경인데…. 새벽 홍대 앞 길거리에서 남들 다 보는데 난잡하게 노는 젊은이들을 봐도 한숨이 나온다. 일본의 여고 앞엔 학생들이 입던 속옷을 몰래 파는 문구점이 꼭 하나씩 있다던데, 그렇게 될까 걱정이다.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 정말 문제다.”

 전 변호사는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인문학적 토양이 생활 속에 스며들어야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거라는 게 그의 얘기다.

 “문학은 그 사회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서 ‘선과 악’을 주제로 문학교재로 쓸 소설책이 뭐가 있습니까. 최인훈의 『광장』,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빼면 없어요. 새로운 소설이 안 나옵니다. 우리 나라 소설이 노벨문학상 못받는 이유가 번역이 잘 안 되고 고립어라서? 천만에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 그래요. 그럼 일본도 못받아야 됩니다. 우리 사회 자체에 깊이가 더 있어야 돼요.”

글·사진=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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