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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의 진풍경|노래하는「시아누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 나라의 원수가「나이트·클럽」의 청중앞에서「마이크」를잡고 구성진목소리로 애틋한 사랑의노래를 부른다. 한곡이 끝나면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앙코르」가 연발된다. 그러면「마이크」를 잡은 가수는 청중의「앙코르」에 호응, 또 하나의 연가를 멋들어지게 뽑는다.

<만당의 손님 매혹>
있을수 없는 이야기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실제 있는일이니 어쩔수 없다. 중립국「캄보디아」의 수도「프놈펜」에서 최근일어난 일이다.
최근「프놈펜」에서「캄보디아」가 주최한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각국대표단과 외교관을위해 베푼 한「파티」에서 다재다능한「캄보디아」국가원수「시아누크」공은 악대전속가수보다도 더 매력적인 목소리로 만당의 외국손님들을 매혹시켰다. 「시아누크」공의 독창이끝나자 반나체의 월맹아가씨가 퇴폐적인 춤으로「시아누크」가 조성한 흥을 더욱 북돋웠다.
이자리에는 월맹과 월남민족 해방전선의 외교관도 참석했지만, 월맹아가씨가 춘 퇴폐적인춤은 월맹이나 민족해방전선에서는 결코 용납될수있는춤은 아니었다.

<난처한 상황연출>
이곳「프놈펜」에서만 볼수있는것은 이런 진풍경만은 아니다. 국가원수가 부르는「반혁명적」인 사랑의 노래와 무희의 퇴폐적인 몸의 율동을 이곳주재 북한괴뢰외교관들이 묵묵히보고있는 광경을 볼수있는곳도「프놈펜」뿐이다.
이곳은 또 극히 우연이긴하지만, 국교도없는 미국과 중공외교관들이 같은「테이블」에 한참 같이앉아있는 광경을 볼수있는 곳이기도하다.
「캄보디아」는 중립국이며 세계의 초점인 월남옆에 있다는 사정으로하여 서로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입수할수있는곳이기 때문에 각국의 많은 외교관들을 모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사정으로인해 때로는난처한 상황이 곧잘 벌어지기도 하는곳이다.
한자리에 동시에 초청된 외교관이면서도 동독인은 서독인에게, 「이스라엘」인은「아랍」인에게, 그리고 서방외교관들은 북한괴뢰·월맹·「베트콩」외교관에겐 코가 맞닿아도 이야기는 않는다. 이렇게 서로 특정한 나라 외교관에게는 싸늘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자리에서는 누구나 마냥 즐겁기만하다. 그러기에 어느 북괴외교관은 퇴폐적인 노래와 춤에 넋을잃고 다른 손님들과 함께 손뼉을 치며 흥을내다가 갑자기 가만히 있는 일부동료를 보고서는 겸연쩍게 손을 내리고 표정이 굳어졌다.

<중공대표만 침묵>
「캄보디아」국가원수「시아누크」가 일어나 노래하면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진다. 왕년의 식민지 종주국「프랑스」말로 가수「딘·마틴」과「빙·크로스비」의 중간쯤을 방불케하는 고혹적인 목소리로 솜씨를과시하면 너무나 놀란 중공외교관은 슬며시 일어나 무대에 선 가수「시아누크」를 한번 자세히 쳐다본다.
이것이 이런 모임에 대한 중공외교관의 유일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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