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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 묻혀 40년|28개국 전근…「살아있는 우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두다리가 밑천이었죠.』3만5천여 체신종사원가운데서 최장근속자로서13회 체신의날에 표창을 받은 손창범씨(60·영등포우체국장)는 40년10개월을 편지속에 살았다.
19살때 처음 체신계에 발을 디딜때는 우체부.『자전거도 없는때여서 정말 많이 걸었읍니다. 요즘「사이카」타고 배달하는것을보면 40년이란 세월은 긴것이었어요.』
손씨는 체신제도가 크게 발전했다고 돌아다보았다.
일정때는 왜경의 눈을피해서 항일투사들의 편지를 남몰래 전해주고 이마에 식은땀을 홀리면서도 보람을 느꼈다는 것이다. 40년10개윌의 근속기간중 손씨는 해방전에 청진 평양등지에 근무한것을 비롯 전국28개우체국을 전속다녔고 헤아릴수 없는 많은 길을 걸어 덕분에 『좋은 산천많이 구경했다』 고 자랑했다. 손씨는 우체부로 근무하면서 6년동안에 걸쳐서 일본조도전대학의 통신강의록으로 공부했고 틈틈이 전보통신법 실무등을익혀 동료우체부를 앞질러 승진, 해방이되면서 책임자자리에 앉게 되었던 것.
해방직후 일본사람들이 물러나 체신업무에 기술의 공백을 가져왔을때 평소기술을 익혔던 손씨는 강사로 실무지도자로 맹활약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가 가장보람찬때었지요.』 다시 한번 그때처럼 의욕을 갖고 일해봤으면 하는것이 소원이다.
그러나 손씨는 올해나이 60세. 이제 내년1윌9일이면 정년퇴직이라는 것이다. 후배를위해 물러나는것은 좋지만 평생바친직장을 떠나게된 손씨는 섭섭한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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