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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외국어 불어 대체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내년도부터 오는 71년까지 3개년 계획으로 시내 인문계 고등학교의 제2외국어는 독일어 대신 불어를 주로 가르치기로 했다. 시교위의 이러한 제2외국어 대체방안은 국제회의 등에서 불란서어가 영어·중국어와 함께 세계 공통어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취해진 것이라고 하며 시내 77개 인문계 남녀 고등학교 중 1차로 내년도에 전체의 약25%인 55개 학교 2백58학급 (신입생) 을 지정, 불란서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도록 하고 70연도와 71연도에 각각 25%씩 합계 75%의 학생에게 불어를 가르치되 나머지 25%는 희망에 따라 독일어를 선택하도록 했다.
시 교육위의 이 방침은 시내고교중 1%만이 불어를 제2외국어로 하고 있고 불어인구가 너무 적기 때문에 취해진 궁여지책이라고 생각된다. 이제까지의 제2외국어교육이 독일어에만 편중된 나머지 불란서어를 해독하는 자가 극히 적고 국제회의에 나가 불어로 회화를 할수 있는 사람은 셀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실정이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불어 교육를 위한 특혜를 베푸는 것은 이해가 가며 이를 위하여 한불문화협정에까지 규정을 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불어교육의 필요성이 아무리 절실하다고 하더라도 학생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학교재량을 짓밟는 월권적인 강제조처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첫째로 오늘날 불어상용국민은 7천3백만명에 불과하고 독일어 상용국민은 1억2천만명에 달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인문계 고교학생의 75%에 대해서 불어를 강제로 부과한다는 것은 국제 실정에 어두운 소치이며, 둘째로 도서출판수로 볼때 불어로 된 도서는 연간 약2만5천종인데 비해 독어로 된 도서는 연간 약5만종을 넘고 있다. 혹자는 생각하기를 이들 독어번역은 자연과학서적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회과학서적이며 철학서적 등 인문과학서적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여 불어서적은 자연과학서적도 많고 주로 문학·예술서적이 많다. 이로 볼때 인문고교에 불어를 강제하고 실업고교에는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은 불균형하다.
세째로 우리의 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이 독일의 영향을 받아 발전해 온 터에 독어인구를 줄이는 것은 학문의 단절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 네째로 국제회의에서의 통용을 위주로 제2외국어를 결정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오늘날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자중에 영어를 해독치 않는 자는 거의 없는 바이다. 따라서 영어라도 완전히 회화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요, 불어 아닌 중국어나 일본어도 앞으로의 국제회의에는 중요한 것인데 이를 위해서 고등학교에서 이를 제2외국어로 취강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제회의의 참석을 위한 불어 우선 교육이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끝으로 고등학교의 제2외국어 과목을 일방적으로 시교육 위원회에서 강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육법이나 동시행령이 교사의 교과목을 규정하고는 있으나 제2외국어의 교육권은 고등학교의 자율권에 속한다는 것은 자명의 사실이다. 또 고등학교에서 교수하는 선택필수인 제2외국어과목은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겨야 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시교육위는 불어교육강화를 위해서 학생들에게 불어에 관심을 가지도록 계몽하는데 그쳐야 할 것이고 고등학교에서 독어와 불어를 자유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능한 교사를 배치하여 권장할 것이고 교과서 개편에도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제2외국어를 입학시험과목으로 부과하지 않아 고교에서의 제2외국어교육이 수준이하이며 대학입학 후 처음부터 시작하여야 하는 낭비를 없애도록 문교부는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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