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리아 시민군에 무기 지원키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 정부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확인하고 시민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승인키로 했다. 화학무기 사용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했던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행위여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개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벤 로즈 부보좌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소량의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를 시민군에게 사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화학무기 사용으로 시민군 100~15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린가스는 무색·무취의 맹독성 신경가스로 독성이 청산가리보다 500배 높다.

 로즈 부보좌관은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과 테러단체로의 화학무기 이전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해 왔다. 앞으로 계산(calculus)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리아 지원 패키지엔 무기가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어떤 종류의 무기를 지원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에 따르면 대전차 로켓과 소형화기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민군과 시리아 야권이 요청한 대공화기를 제공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미국이 시리아와 요르단 국경에 제한적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이라고 터키 주재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화학무기 사용의 결정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개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대량살상무기의 증거를 끝내 찾지 못한 이라크 전쟁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은 앞서 화학무기 사용을 확인한 프랑스와 공동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영국은 지난 4일 시리아 정부군이 사린가스를 사용한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유엔 조사팀도 독성 화학무기 공격을 확인한 바 있어 국제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NYT는 미국 정부가 시민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승인하면서 2년 동안 9만3000명의 희생자를 낸 시리아 내전이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시리아 시민군은 전략적 요충지인 쿠사이르 지역을 정부군에 빼앗기는 등 열세다. 군사적 지원이 강화되고 미국이 적극 개입 의지를 보일 경우 전세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한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이 포함된 시민군에 무기를 쥐여주는 것은 여전히 양날의 칼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지원 수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일각에서 미국의 참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