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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도 없이 … 탈주범 이대우 해운대서 잡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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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4일 부산 해운대에서 도주 26일 만에 검거된 탈주범 이대우가 남원지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이씨는 머리를 짧게 깎았지만 체포 당시에는 가발과 모자를 쓰고 있었다. [뉴시스]

탈주범 이대우(46)가 14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역 인근에서 체포됐다. 지난달 20일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수갑을 찬 채 달아났다가 광주광역시와 서울 등으로 도주 행각을 한 지 26일 만이다. 이씨는 이날 오후 7시 해운대역 인근 부산 제2저축은행 앞 화단에 앉아 있다 수색작업을 벌이던 해운대경찰서 소속 경찰들에게 붙잡혔다. 검거 당시 그는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 삭발에 가까웠으며 줄무늬가 있는 반소매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 베이지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허리춤에서는 날카로운 과도가 발견됐다. 해운대경찰서 정우정 경사는 “현장에서 ‘이대우가 아니냐’고 묻자 ‘맞다’며 별 저항 없이 손을 내밀어 수갑을 채워 검거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이씨가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수갑을 떨어뜨린 것을 본 시민의 신고를 받고 이 일대를 집중 수색하고 있었다. 경찰은 하루 전에도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동방오거리 부근 재건축 주택에서 이씨를 목격했다는 철거업체 직원 김모(51)씨의 제보를 받았다. 경찰은 이 건물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술병과 음료수 캔, 과자봉지, 과도 등에 이씨의 지문이 묻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목격자 김씨는 “이날 오전 8시40분쯤 철거작업을 위해 현장에 갔다가 다락방에 누워 있는 사람을 봤다”며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는데 잘 데가 없다고 말을 흐리며 자리를 떠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해운대경찰서에서 이씨에 대한 간단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 후 곧바로 전주지검 남원지청으로 압송했다.

 이씨가 탈주 후 한동안 잡히지 않자 1997년 부산 교도소를 탈주해 2년6개월간 도피행각을 벌인 탈주범 신창원을 연상시킨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는 남원지청에서 달아난 뒤 택시를 타고 전북 정읍으로 도망쳤고, 다시 다른 택시로 갈아타 광주광역시로 이동했다. 그는 광주역 근처 마트에서 현금 30만원을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하지만 검경은 이씨의 이런 행적을 나흘 뒤에야 확인했다. 경찰은 즉시 광주광역시와 전남 일대를 샅샅이 훑었지만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교도소 동기를 만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검경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그 후 종적이 묘연하던 이씨는 보름여 만에 부산에 나타났다가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부산교도소에 복역할 당시 동료 수감자 한 명이 부산시 동래구에 거주한다”며 “이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기 위해 온 것인지 아니면 밀항 등을 하기 위해 부산에 머무른 것인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과 12범으로 전문 절도범인 이씨는 수감 시절 조직폭력배 3명을 상대로 홀로 싸워 이겼을 만큼 힘이 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올 초까지 전국을 돌며 150여 차례에 걸쳐 6억7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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