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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벨기에 "나토 이라크 참전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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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라크전을 상정한 터키 방어 지원 문제를 놓고 프랑스.독일.벨기에 3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미국의 이라크전 지원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나토 내에서도 미국과 유럽 간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프랑스.독일.벨기에는 10일 나토 차원에서 대(對)터키 군사지원 계획 수립에 착수할지를 결정짓는 마감시한을 맞아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고 나토 당국자가 밝혔다.

프랑스와 벨기에에 이어 독일의 거부권을 발표한 발터 린트너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전쟁을 피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군사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나토의 결정은 회원국 만장일치가 원칙인 만큼 프랑스.독일.벨기에의 이 같은 조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미국.터키 등의 압력에 밀려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한 공중조기경보기(AWACS)와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대를 터키에 파견할 것을 검토했던 독일이 막판에 입장을 바꿈에 따라 나토 내부에 큰 파문이 예상된다. 나토 19개 회원국 중나머지 16개국은 이라크전 지원계획 수립에 찬성하고 있다.

나토는 이에 따라 이날 오전(브뤼셀 현지시간) 향후 대책 논의를 위한 비상회의를 열었으며, 유럽연합(EU)은 17일 이라크 군사공격 지지 여부를 둘러싼 EU 내 분열을 해소하기 위한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터키는 이날 나토 긴급회의에서 특정 회원국이 안보 위협에 직면했을 때 전체 회원국에 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나토 헌장 제4조의 발동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나토의 후방지원이 어려울 경우 이라크 공격에 찬성하는 나토 회원국들에 나토 차원을 떠나 개별적으로 지원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프랑스 등의 거부권 행사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은 현재 논의 중인 미국 주도의 이라크 위기 해결책에 혼선을 주려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동맹국 터키의 도움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는가. 이는 곧 나토의 신뢰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나토 회원국의 터키 지원 거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미셸레 알리오트-마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터키가 실제로 위협에 처한다면 프랑스는 가장 먼저 터키 편에 서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지금 당장은 터키가 그러한 위협에 처해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ol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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