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이 독일계인 도널드 럼즈펠드(사진) 미국 국방장관이 최근 대(對)이라크 전쟁의 선봉에 서자 독일의 친척들이 럼즈펠드 장관과의 혈연관계를 부끄러워 하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9일 보도했다.
독일 브레멘 근교의 작은 마을 바이헤-쥐트바이헤는 럼즈펠드 장관의 고조부인 하인리히 럼즈펠드가 19세기 미국으로 이민하며 떠나온 고향으로 지금도 룸스펠트(Rumsfeld) 성(姓)을 가진 사람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
대다수 독일인과 마찬가지로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이 마을 '럼즈펠드'들은 25년 전 럼즈펠드 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대사로서 유럽으로 금의환향할 때 환영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 그는 더이상 우리 친척이 아니다"고 공언하고 있다.
결혼 전 성이 룸스펠트인 한 여성(59)은 지난 8일 럼즈펠드 장관이 참석한 뮌헨 유럽안보정책회의장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 가담해 "럼즈펠드가 이라크전을 밀어붙이며 저곳에 있다는 것이 끔찍하다"면서 "친척이라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 여성의 어머니인 마르가레테 룸스펠트(85)도 "이제 우리에게 그는 단지 미국의 국방장관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럼즈펠드 장관은 이 회의에서 "우리 가족의 출신지인 북부 독일은 직선적이고 명확한 화법으로 유명하다"며 자신의 뿌리가 독일임을 강조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