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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혼상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느 미국의 경제학자는 사람들의 구매심리를 세가지로 나눠본적이있다.
먼저『악대효과』라는게있다. 마을에 악대가 탄 차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그 뒤를 줄줄따라가는것처럼 유행이나 선전에따라 상품들을 사게된다는 것이다. 둘째로『베블런효과』라는게있다.「베블런」이란미경제학자의 이름을 딴것으로 이것은 기왕에 살 바에야 최고급이어야 한다는 심리를 말한다.
그러나 이 두 효과에 맞서는게『속물취미효과』라는것이다. 자기는 속물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남들이 사는 물건은 애써 피하려는 심리다.
이것도 역시 속물근성이나 다름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이 제3의효과는 잘나타나지않고『악대효과』나『베블런효과』아니면 그들이 겹친게 제일 많은듯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모든게「딜럭스」화해가고 있다.「딜럭스·아파트」「딜릭스·파티」「딜럭스」판범죄…. 관혼상제도 예외는 아니다.
6·25전까지만해도 결혼반지는 금반지였다. 그렇던 것이 어느 사이엔가「다이어」반지로 바꾸어지고, 이제는 한「캐러트」냐 아니냐를 가리게끔 되었다. 이와 아울러서 의식도「딜럭스」화했다.
전에는 비용은 적은 대신에 한시간씩 걸렸다. 그게 이제는 불과 10분이면 끝나지만, 그 짤막한 의식을 위한 비용은 오히려 더 들어가기만 한다.
그러니까 결혼식은 알맹이 없는, 그저 얼마나 많은 손님을 동원시킬 수 있었는가를 과시하기위한 식장으로 바꾸어져 버렸다.
혼례는 그래도 실속을 차리기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남이 무슨 예식장에서 얼마짜리로 했으니까 나도 그래야겠다해서 모두 같은 예식장에 몰려들지만, 그런식장을 빌리지 않고서는 <축 화혼>의 돈봉투를 받아낼 길이없다.
요새는 상례도마찬가지지만, 혼·상례처럼 그럴 필요도없는데 제례까지 여전히 번잡스럽기만한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이번에 정부에서는 간결한「의례준칙」을 적극 권장하기로 결정했다. 좋기야 하지만 그게 실효를 거두려면 역시『악대효과』와『베블런효과』가 없어져야 만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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