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유럽주역」|프랑위기뒤…「파리」·「본」의 역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번에 홍역을치른「프랑」화의 위기는『통화전쟁』이란 경제적의미외에도 서구에서의『정치적주도권』이「파리」에서「본」으로 옮아진다는 정치성을 드러냈다고 해석된다.『5월위기』이래「프랑스」의 오늘이 짐작되지 않은것은 아니나「프랑」화의 평가절하를 둘러싼 독·불및 미·영간의 상호관계, 나아가서는 소련까지 포함한 국제정치상의『힘의균형』은 전기를 맞이한듯한 인상마저 짙다.
그것은 10개국 재상회의를통해「프랑」화위기를 수습하려던 참가 각국이 각기 자국의 정치적이유를 들어 적당히 매듭지은 점만 보아도 이해되는것이다.

<마르크, 프랑압도>
이번의「프랑」화 위기는「마르크」화의 상대적인 강세가 원인의 하나이기도했다. 그런데 서독은「마르크」화의 평가인상을 딱잘라 거절했다.
그것은 경제면에서 볼때「마르크」화의 평가인상으로인한 서독무역업계의 침체를 우려해서인데 69년9월에있을 총선거를 염려하는 정치적 배려가 더욱 큰것같다. 정치적배려, 특히기·사동맹의 당수를 겸하고있는「슈트라우스」재상이 그의 치적을 내세워 내년총선에서 승리를 거둘것을 노리고 있는점이다. 미국은 당초「프랑스」에 편들어「마르크」의 평가인상을 강요했었다.

<미·영압력도 거부>
그러한 강요는「달러」와 영국의「파운드」를 평가절하하지 않고서도 자체의 약체화를 미연에 방지할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서독은 전기한바와 같은 국내의 정치사정을 들어 내년도의 평가인상을 비치면서 완강히 거부했다. 벽에 부닥친 미영은 다음으로「프랑」화의 평가절하를 요구했으나「드골」은 당초의 약속과 틀린다면서 미영의 요구를 거절하고 부득이할때는「달러」와「파운드」까지 평가절하치 않을수 없는 선에서 절하를 단행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은 10대국재상회의에 참가한 여러나라의20억「달러」차관과 IMF(국제통화기금)서의 9억6천여만「달러」의 인출승인으로 수습되었지만 「프랑스」의 정치적패배만은 부인할길이 없게되었다.

<독일에 경계심도>
그러나 서독의『힘의주도권』에도 한계는있다. 서독이 제아무리 경제적으로 강대하다해도 미국의 군사적·정치적 뒷받침없이는 분단국가로서의 운명을 지닌 서독으로서 국제정치상 어쩔수 없는 약점을지니고있는것이다.
현재「모스크바」를 방문중인「뉴요크·타임즈」의「레스튼」편집국장에의하면 소련수뇌들은「닉슨」기피의 감정을누르고미·소관계의 현상유지를 바라고있다한다. 이것은 서구의 여러나라가 서독의 힘을 두려워하는것 이상으로 소련이 독일을 겁내고있는 사실을 증명하는것이다. 때문에「프랑」위기로인한 서구의 정치적주도권이「파리」에서「본」으로 옮겨진다해도 실제로는 아직먼홋날의 이야기일것이다. <이상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