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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남은 자유화|체코공당중앙위의 친소파진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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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군의 침공으로 이미 껍질만 남은「체코술로바키아」의 자유화계획은 날이 갈수록 그껍질마저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대내외로부터 세찬 압력을 받고있다.
7만5천의「체코」주둔소련군의 존재와「체코」내부에서의 보수파의 현저한 진출은「체코」자유화계획을 거의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소련군을 주축으로 하는 이른바「바르샤바」조약국군대의「체코」침공은 동구권 내부에 큰 충격을 주었을뿐 아니라 서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발칵 뒤집어놓았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친소파와 반소파의 격돌이 예상되던 최근의 「체코」 공산당중앙위전체회의 결과 자유화계획의 기수 「알렉산드르·두브체크」「체코」 공산당 제1서기의 권한은 현저하게 줄어들고 친소보수파의 세력이 크게 강화되었다.

<진보파 대거실각>
가장 급진적인 진보세력의 맹장이라는 이유로 소련의 끈덕진 압력을 받아온「즈데네크· 물리나르」가 모든 당직에서 밀려났으며「두브체크」를 끝까지 지지해온 진보파의 「요세프·스파체크」가 당간부회의 집행기관인 정치국에 참여할 기회를 빼앗겼다.

<소압력 주효한듯>
중앙위가 임시전당대회를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친소파가 대량 진출할 기회를 주려는 속셈에서 이를 연기하도록 꾸준히 공작해온 소련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파에 속하는「루보미르·스트로우갈」이 간부회의, 정치국원, 당서기를 겸하는 당요직에 선임되고 다른 4명의 친소인사가 당서기에 임명된 것은 보수파의 세력을 크게 신장시켜 주는 것이다.
친소·반소파가 날카롭게 끝까지 맞섰던 중앙위회의에서「두브체크」는 자유화노선을 유지하는 한편 반사회주의적 도발과 극단주의를 단호히 물리치자고 호소함으로써 자기가 한때 강력히 추진했던 자유화계획이라는 이상과 소련의 정책에 영합하지 않을 수 없는 어두운 현실사이에 가교를 놓으려고 애썼다.
중앙위회의가 친소파의 판정승으로 끝난 것과 때를 같이하여「프라하」의 대학생들은 「프라하」대학근처에서「체코의 자유화」를 외치면서 연좌「데모」를 벌였다.

<학생들 도전계속>
소련군의 진주로 언론의 자유를 사실상 완전히 잃은 대학생들은 보수파의 승리로 나타난 중앙위의 결정에 도전하면서「두브체크」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정부에 제출하는등 지구전을 쓸 태세로 나오고 있어 「체코」정세는 날로 험악해지고있다.
정부는 제1단계 작전으로 1주일간의 반소맹휴에 돌입한 학생들과의「힘의대결」을 가급적 피하려는 온건정책을 쓰고있으나 학생운동이 폭력화 할 경우 현재「체코」도시 외곽으로 분산하고있는 소련군인들이 직접 개입하게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정부는 대결 꺼려>
당기구 일부가 친소파에 유리하도록 개편되고 보수파간부가 대거 진출한 오늘날「두브체크」설사 실각은 면한다하더라도 보수파의 강력한 견제 때문에 자기정책을 구현하기가 점점 어렵게되어 갈 것이다.
학생들이「두브체크」를 지지하고 언론탄압을 없애라고 주장하는 운동을 계속한다하더라도 소련군이 주둔하고있는 한 그들의 행동도 넘지 못할 벽에 부딪칠 것이며 시리를 얻은 보수파의 공세 때문에「체코」의 자유화계획은 껍질조차도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 같다.

<세계공당 더분열>
친소파의 발판강화, 이에 맞선 학생맹휴로 인한「체코」의 새로운 사태는 소련군의 「체코」침공사건이후 더욱 분열된 세계공산운동의 단결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를 가져올 것 이다.
소련은「바르샤바」군의「체코」침입에 불만을 품은 일부공산당을 무마하려는 운동을 벌이고있으나 특히「프랑스」「이탈리아」공산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세계공산국정상회담의 준비회의 (17일로 당초예정)를 더 연기해야할것같다. <신상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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