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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의정서의 처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유신민당총재는 18일 박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 여야 중진 3인씩으로 6인 중진위를 구성, 1년이나 끌어온 합의의정서를 정치적으로 매듭짓자고 제의했다.
이 서한에서 유총재는『6·8 총선의 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해 양당의 책임과 합의아래 의정서가 성립되었으나 지난 1년동안 공화당측이 위헌론을 제기하는등 불성실한 태도를 춰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 이라 말하고『이 의정서는 이번 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그 기회가 영영 상실될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대통령은 이 서한을 읽어보고 나서『이 문제는 행정부가 관여할 성질이 아니고 정치적인 것이니 공화당총재로서 여당간부들과 협의해서 곧 회답을 하겠다』고 약속했다한다.
다같이 서울시내에 살고있는 신민당당수가 여당총재와 의사를 소통하는데 직접 면담의 형식을 취하지 아니하고 서신거래의 형식을 취해야만 하는 우리의 정치풍토는 못내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서한거래의 형식을 빌어서라도 7대 국회 성립 후 아직도 최대의 난관으로 남아있는 합의의정서 처리에 관해 양당의「톱·리더」사이에 대화의 길이 틔기 시작했다는 것은 정당간의 불신을 씻고 의회정치를 명실공히 정상화하기 위한 획기적 전진의 제일보로서 어디까지나 환영할 만한 것이다.
앞서 신민당은 의정서처리를 새해 예산심의와 결부시켜 이 문제가 우선적으로 처리되지 않는한, 예산심의 거부 불사의 강경한 자세를 보인바 있었다. 그러나 그후 의정서처리 논쟁 때문에 새해 예산안심의를 소흘히 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유력해지자, 신민당은 양자의 처리를 분리해도 좋다는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 우리는 이처럼 신민당이 전술을 전환하여, 유연한 자세를 취하게 된것은 현명한 조처로서 환영한다.
왜냐하면 앞서도 우리가 되풀이 주장해온 바이지만 의정서처리가 아무리 중요한 정치문제라 하더라도 이 문제를 가지고 물고 늘어져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예산안의 심의확정을 반대한다는 것은 의회정당으로서의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겠기 때문이다.
예산안심의와 의정서처리의 분리는 의정서처리를 무기한으로 방임하여 이 문제를 유야무야로 매듭지어도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은 정반대로 이 문제를 적어도 이번 회기 중에 깨끗이 매듭짓지 못한다고 하면 6·8 총선후유증은 또다시 기폭제로서의 작용을 하여 7代 국회의 기능을 장기간 마비시킬 우려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소수당이 여론을 존중하고 의회정치의 대의에 순응해서 한번 크게 양보한 것이라면 이번에 관용과 아량을 베풀어 정치적인 양보를 해야할 입장에 처해있는 것은 바로 다수당 측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국회 안에는 의정서를 처리하기 위한 두 특별위원회가 형식적으로 남아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의 존속은 유명무실한 것이어서, 이 위원회에다가 활력을 부여하여 그 기능을 발휘케 하자는 것은 아마도 도로일 것이다. 심기일전해서 이 문제를 짧은 시일 안에 매듭짓기 위해서는 여야 간에 대표자회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요, 이점 우리는 야당의 제의를 수락하는데 여당이 인색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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