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싶다는 공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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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체코」는 다시 들먹이기 시작하고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체코」인뿐 아니라 온 세계의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가장 숨가빴던 순간은 소련의「탱크」가 「프라하」시내에 쳐들어왔을 때였다.
특히 그처럼 엄중한 감시에도 불구하고 감행된 제14차 전당대회에 1천명 가까운 대의원들이 참석할 수 있었던 용기와, 병사「슈베이크」와 같은 기지는 경탄스럽기만하다.
그러나 이와같이 손발이 묶인 다음에도 효과적인 저항이 가능했던것은 지하에 숨은「라디오」의 감동적인 방송때문이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너희는「탱크」를 갖고 있지만 우리는 진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가장 좋은 순간에 너희는 그저 힘만을 갖고 있다.
짓밟고 배신하는
짓밟고 배신하는.
이런 즉흥적인 노래가 방송될 때 얼마나 「체코」인의 용기가 돋워졌을것인지.
이번에 생포된 두명의 북괴공비의 경우에도「매스·미디어」의 위력을 절실히 느끼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들은 1·21사태때 잡힌 김신조와 마찬가지로 남한에 대한 파괴·암살공작을 맡고 있는, 이른바 124부대 소속원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절대로 생포되지 않는다는 신화를 그동안에 만들어 내가며 있었다.
그런신화(?)가 이번에 완전히 깨진것이다. 이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않는 주민들의 반공정신과 예비군의 기동력 때문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둔것은 김신조 이름으로 된 자수권고「비라」였던 모양이다. 생포된 공비중의 한사람도 그「비라」를 보고 갑자기 살고싶어졌다는 것이다.
철저한 세뇌를 받아 인간폭탄처럼 되어버린 124부대원들이 갑자기 살고싶어지기까지는 그리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후에는 밝혀질 얘기이겠지만 한 장의「비라」만으로 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북에서 김신조의 대이북방송도 들었다니까 혹은 그때부터 동요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유의 소리를 좀더 효과 있게 이북의 동포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어쩌면 공산주의에 대한 최선의 무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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