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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김장 근대화|김지향 <시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우리 주부들이 해마다 겪는 고역증의 하나가 이른바 김장이다. 배추김치·무우김치·동김치·총각김치 따위의 흔한 김장 「메뉴」를 장만하는데 있어 주부가 감당해야할 자질구레한 일거리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것은 고무장갑을 끼고 치르는 전쟁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 식생활에 있어 주요 부식물인 김장과 된장만은 여전히 식품 공업 분야에서 소외된 채 수천년 동안 내려온 자가 제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최근 「타워·호텔」이 어느 민간인에게 10억 가까운 거액으로 팔렸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있다.
필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에게 만일 10억원이 있다면?>
나의 상상적 투자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공장을 이루는 것이다.
한국 최초의 대규모 김치 제조 공장을 갖춘 「대한 김치 주식회사」의 깃발은 많은 주부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공칭 자금 10억원으로 발족했으나 3년 후엔 5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 회사의 인기 상품 한가지를 여기에 소개해둔다.
▲대한 배추김치=용기는 산뜻한 「디자인」의 「플라스틱」 제품.
규격은 5㎏·10㎏·20㎏의 3종류.
품종은 전라도식·경상도식·평양식·서울식의 4종류.
「레테르」엔 제조연월일과 재료의 명세서가 인쇄되어 있고 일류 영양학자 및 요리전문가들로 구성된 제조 감독자들의 이름이 밝혀져 있다.
판매 가격은 대량 생산인 만큼 집에서 담그는 김장 비용 보다 싼 편이다.
…상상에 지나지 않지만, 김장 전쟁에 시달리다 못해 짜내는 나의 김장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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