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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심의와 국가적 기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는 지금 분과위 별로 신년도 예예안를 심의 중에 있는데 공화당은 금주 중으로 분과위 심의를 마치고 예결위의 종합심사에 넘길 방침을 새웠다고 한다. 그리고 예산안 성립의 전제가 되는 세법이나 경제성장률 문제에 관해서는 공화당이 현행 세제를 그냥 유지하는 한편, 내년도 GNP 성장률은 10%, 경제성장율은 12%, 세수증가율을 13·3%등으로 책정하고 이를 견지할 방침을 굳히고 있는데 대해 신민당은 세제를 대폭 개정하고 경제성장률을 낮게 재 책정 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양당간에 만만치 않은 대립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예산안의 분과위별 심의가 한창 진행 중에 있고 또 금주 말까지는 이를 완료하겠다고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예산안의 분과위별 심의가 진행 중에 있다는 사실마저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 실정에 있다. 이것은 최근 며칠 동안 월남전쟁을 에워싼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있어 이 방면의 「뉴스」가 폭주해 국민의 관심을 쏠리게 하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국회의 예산심의가 사실상 비 공개리에 진행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납세자들이 예산심의 진행상황을 알 수 있는 「루트」가 크게 제약 당하거나 혹은 봉쇄돼있기 때문이다.
예산심의 상황의 대중전달 소홀은 그 책임이 국회의 비밀주의에 있건,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에 있건, 혹은 「매스콤」의 무위태만에 있건 간에 대의 민주정치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매우 슬픈 사실이다. 왜냐하면 예산심의가 어둠 속에 파묻혀, 그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납세자들은 자기가 무엇 때문에 그만큼의 세금을 물어야하며 또 자기네들이 납부한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알 수 없어, 국가-그리고 국가를 움직이는 중추기관으로서의 정부와 무연하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괴리의 관계에 들어설 우려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회는 이제라도 예산심의 상황을 되도록 공개하고 또 「저널리즘」은 그 대중전달에 힘써 문젯점이 무엇인가를 밝혀야하고 납세자들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 이를 예산성립에 반영시키도록 해야할 것이다. 세제개혁문제나 경제성장율의 책정문제는 예산국회가 열릴 때마다 여야간에 열띤 논쟁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있는데 금년 역시 그 예외가 아닌 듯 하다. 나라 살림의 대강을 정하는 예산심의에 있어 예산안과 직접·간접의 관련이 있는 세제나 경제성장율 책정이 정책 논쟁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다는 것은 조금도 나쁜 일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환영 할 만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정책 논쟁을 벌이는 여 야의 자세가 심히 불건전하다는데 있는 것이다. 집권당도 재야당도이 문제에 대한 정책상 주장을 내세우는데 공히 당리당략에 사로잡혀있는 까닭으로 해서 자기네들의 주장은 절대 옳고. 상대의 주장은 절대 잘못이다라는 독선적인 고집을 갖게되는 것이다. 이런 독선적인 고집을 버리지 않는 한 양자간에는 합리적인 합의의 방안을 발견키 어려울 것이고 결국 남는 것은 정치적인 흥정뿐이다. 이러한 문제의 정치적인 흥정과 타결은 양당의 당리당략간의 절충·타협은 될 수 있을 망정 국리민복의 구현과는 거리가 먼 것이니 이점 양당의 반성을 촉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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