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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와 허탈속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사이공=양태조 특파원】하늘의 폭음은 멎었다.
1일밤 9시(사이꽁시간).오랜 전쟁에 시달려온 월남사람들은 북폭중단결정을 먼 여행에서 돌아온듯한 안도와 허탈감으로 맞았다.
이날은 혁명정권이 수립된 5주년째의 축일이었다.
「사이꽁」의 관청과 회사학교는 모두 쉬고 있었으며 시민들은 아침부터 휴식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던 참이었다.
또2일은 현충일,이어 3일은 일요일.연휴를 앞두고 「타루」가를 중심으로 한 이날밤의「사이꽁」거리는 팔을 낀 젊은부부들,아이들의 손을잡고 밤거리를 산책하는 부부들로 메워겼는데 밤9시,주월 미군사령부의 발표로 이소식이 곳곳에 재빨리 알려졌다.
「택시」를 타고「사이꽁」시내를 한바퀴 돌아봤다.
시민들은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북폭중단을 서로 알리며 안도의 미소를 짓는것이 엿보였다.
「오랫동안 갈구했던 평화를 기도하는 마음」을 보이기도 했지만 「믿을수 없는 느낌」의 표점을 나타내기도 했다.
너무 전쟁이 길었기 때문인가.
「사이꽁」시민들은 평화가 어떤것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려워하는지 모른다.
일반시민들은 북폭증단이 평화를 이어오기를 기원하고 있지만 월남정부의 관리들,기업가들은 착잡한 기분을 나타내고 있다고 당국자들은 분석했다.
45세의 운전사「고」씨는 한결「핸들」을 가볍게 쥐면서『전쟁이 아주 끝난답니까?』하고 성급한 질문을 했다.
『전쟁이 끝나면 맏아들이 돌아와 기쁠것』이라고 웃었다.
「타부」가의 담배가게주인「구엔」씨는 『평화를 찾게 됐나보죠』라고했다.
그러나 「가톨릭」신자인「트란·수안·하이」씨(재단사)는『「베트콩」은 1일에도「가톨릭」성당을 폭격했다.
「프랑스」나 마찬가지로 미국도 월남을 소외할는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사실 일부「가톨릭」신자들은 미국의 북폭중지결정을 반대하는 「데모」를 벌이려 한다는 소문마저 들리는 판이다.
이날밤의 우리 주월한국군사령부주변은 여느때나 다름없이 경비가 삼엄했다.
밤새도록 각 사무실엔 불이 훤히 켜져 있었으며 주변의 장병들은『전세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지금의 상황에서 북폭을 중단하는 것은 이해할수 없는일』이라고 말하면서 강경한 경계태세를 보이기도 했다.
주월군당국자는『한국군의작전 지역의 경계는 여전히 강화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1일밤에도 백마부대는 소탕전을 벌였으며 청사부대는 며칠사이「청룡3호」작전에서 적 2백50명을 사살하고 개인화기 77점을 노휙한 전과를 올렸음을 알렸다.
한 미군흑인병사도 영자신문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며『아직 전쟁이 끝난것이 아니다.나는직업군인이야』라고 내뱉듯이 말했다.

<양태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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