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슬쩍 대면 할인·포인트·결제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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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커피 전문점. 직장인 서모(38)씨는 커피를 주문하면서 점원에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전자지갑에 등록한 모바일 카드를 인식시키자 휴대전화 화면에 커피값 4500원, 쿠폰 할인 1000원이 표시됐다. 서씨는 이를 적용 받아 3500원을 결제했다. 그는 “신용카드·멤버십 기능 등을 전자지갑 하나로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지갑이 없더라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물건을 사는 세상이다. 전자지갑이 미래의 결제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카드사 등 금융회사는 물론 이동통신사·전자회사·백화점까지 가세했다.

 전자지갑이란 스마트폰에 모바일 신용카드·멤버십카드·쿠폰·전자화폐 등을 담아 두고 결제·관리하는 전자지불 시스템이다. 가장 큰 장점은 편리성. 전자지갑이 결제와 쿠폰, 포인트 적립, 할인 혜택까지 알아서 처리해준다. 업계에선 SK플래닛의 ‘스마트월렛’은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는 등 전체 서비스 가입자가 15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전자지갑은 매력적이다. 개인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하고 계열사 연계 영업이 가능하다. 장당 평균 200원 정도인 플라스틱 카드 발급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향후 통신·금융·보안산업 등과 융합돼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다.

 전자지갑의 핵심 요소는 결제 기능, 곧 모바일 신용카드다. 지갑에 어떤 신용카드를 넣느냐 고민하는 것처럼, 전자지갑에 어떤 모바일 카드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전자지갑 시장과 별도로 신용카드 업계에선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모바일 카드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유심(USIM)형’과 바코드 중심의 ‘애플리케이션(앱)형’으로 나뉜다. 유심형은 카드정보를 스마트폰 유심칩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에 접촉하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지고, 스마트폰 전원이 나간 상태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아이폰은 사용할 수 없고, 가맹점에 결제 단말기인 ‘동글’이 설치돼 있어야 한다.

 앱형은 카드정보를 바코드·QR코드 등으로 변환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갖고 있는 기존 카드를 앱에 등록시키기만 하면 되고, 모든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제 때마다 앱을 실행시키고 일회용 카드번호·바코드를 생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나SK·BC카드가 유심형을 먼저 선보인 가운데 후발 주자인 신한·삼성·현대·KB국민카드 등이 함께 앱형을 개발하면서 두 진영이 ‘결제 표준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직까진 현금·신용카드가 익숙한 데다 가맹점에 모바일 카드 리더기가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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