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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메달들의 전과|멕시코 올림픽과 한국스포츠의 내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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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근대「올림픽」의 원조인「바론·피에르·쿠베르텡」남작이『「올림픽」의 목적은 승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다』고 말했듯이 한국의「올림픽」출전은 이제까지「참가」로만 그쳐왔다.

<은메달은 네 번째>
이러한 한국「올림픽」출전사는 이번「멕시코·올림픽」대회서도「복싱」「라이트·플라이」급 지용주의 금「메달」도전이 무산됨으로써「스포츠」 세계에 비약하려는 한국의 줄기찬 염원을 또 한번 좌절시키고 말았다. 지용주의 금「메달」에의 도전은 56년「멜버른」대회「복싱」「밴텀」급 송순천과 64년 동경대회「복싱」「밴텀」급 정신조 및「레슬링」「플라이」급 장창선에 이어 4번째.
1936년「베를린」대회에서 손기정의「마라톤」우승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건국 이후 20년 동안 금「메달」에 줄기차게 도전했으나 결국 금「메달」에의 향수만을 남긴 채 주저앉고 말았다.

<주먹구구식 목표>
한국은 28일 폐막된 제19회「멕시코·올림픽」대회에서 겨우 은1, 동1개의「메달」로 참가1백8개국 중 36위에 그쳤다.
이는 한국이「올림픽」에 첫 출전한 48년 제14회「런던」대회에 동2, 제15회「헬싱키」대회에 동2, 제16회「멜버른」대회에 은1·동1, 제18회 동경대회에 은2·동1개에 비해 결코 부진한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출발전 당초 목표했던 한국의「메달」획득수가 주먹구구식이었음이 나타나 실망을 주었을 뿐이다.
선수55명이 10개 종목에 걸쳐 출전한 한국은 당초 이번 대회에서 금1, 은1, 동5개로 총7개의「메달」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부푼 기대는 외국의 수준을 몰라 단2개의「메달」로 끝났다.
역대황금종목인「복싱」은 당초 6명 전원의 입상을 호언했으나「메달」후보라던「페더」급 김성은,「라이트」급 이창길 등은 초반부터 떨어져 나갔고 예상치 않던 지용주(라이트·플라이급) 장순길(밴텀급)등이 분전,「메달」을 얻어 각광받는 종목이 됐다.
또한 금1, 동1개를 얻겠다던「레슬링」은 자유형,「그레코로만」형 등에서 선수전원이 탈락, 세계수준향상에 발맞추지 않았던 한국「레슬링」계의 병폐를 드러냈다.
역사는 짧지만 동경「올림픽」에 은.「토레도」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뉴델리」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얻었던「레슬링」은「멕시코」에서 완전히 그 명예를 추락시켰다.
특히 금「메달」후보라던「플라이」급 오정용의 패배는『철저히 실력부족이었다』고 자신이 말했듯이 한국「레슬링」계가 자기도취에 취해 있음을 나타냈다.
오랜 전통에 빛나는 역도는 64년 동경대회에 이어 다시 참패, 일대 혁신이 필요함을 느끼게 했다.
더구나 선수들이「프레싱」하는「폼」이 비과학적이고 투지마저 없었다는 것은 훌륭한 지도자가 없움을 드러냈다.「베를린」의 손기정 우승과「보스턴」대회에 1·2·3위를 독점,「마라톤」왕국으로 불렸던 한국은 근년의 침체를 이번 대회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3명의선수가 출전하여『혹시나』하는 기적을 바랐던 성적은 비록 완주는 했으나 국내기록보다 18분 이상이나 늦은 것.

<유망주 여자배구>
유일한 여자단체종목인 배구는 6위 입선권에서 4위로 뛰어올라 기대이상이었으며 특히 장신 미국을 격파한 것은 한국여자배구가 세계열강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을 안겨주었다.
이봉모 교수(한양대·전 동경「유니버시아드」대회섭외 임원)나 신집호씨(문교부사회교육국장) 및 나순성(서울대 사대체육교수)박수복씨 (중앙대체육과장)등은 체육인의 고질적인 파벌형성과 유아독존의 낡은 사고방식을 먼저 빼어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변모하는 국제「스포츠」에 순응,「스포츠」인의 활발한 국제교류와 중·고 및 대학 등을 통한 학교체육의 시급한 발전 등이 국제「스포츠」에서 고립되지 않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또한 학교체육을 모체로 한 건전한「스포츠」인구의 저변확대와 지도자의 자질향상 등이「스포츠」한국을 이끄는 요인이 되며 여기에 정부는 육상 등「올림픽」종목을 정책종목으로 채택, 강력한 뒷받침을 해야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책지원 아쉬워>
뿐만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도 자신의 승리가 국가의 명예와 직결하고 있음을 느껴 철저한 체질관리와 노력이 요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오늘의 사회가 집단체제로 바뀌었음에 따라 개인의 영광이 집단의 명예이며 국가의 자랑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또다시 4년 후인「뮌헨·올림픽」대회까지 금「메달」이란 처녀지개척에 숙명을 걸게됐다.
이 제20회「뮌헨」대회 때는 한국도「올림픽」의「슬로건」인『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를 피부로 느끼며 당당히 금「메달」국가 서열에 끼어야 할 것이다.
글 노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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