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신당동 집 기념공원 … 박 대통령 "세금 써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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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신당동의 ‘박정희 기념공원’ 조성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은 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울 중구청에서 신당동 옛 사저 일대를 기념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국가경제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국민세금을 들여서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해당 지자체에서는 관광자원 확보를 비롯해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자금을 들여서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것보다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방문해서 마음으로 기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구청(구청장 최창식·새누리당)은 박 전 대통령의 신당동 가옥 일대를 기념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가옥 주변 건물 3채를 사들여 4070㎡의 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86억1900만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이 중 절반인 143억1000만원은 정부가, 20%인 57억2400만원은 서울시가 부담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야당에선 “지자체들이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이 국민세금으로 사업을 강행하고 있어 정부의 개념 있는 중재가 필요하다”(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거나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한 5·16 쿠데타를 떠올리게 하는 장소에 기념공원을 설립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지안 진보정의당 부대변인)이라며 사업 취소를 요구해왔다.

 신당동 옛 사저는 박 전 대통령이 육군 1군 참모장이던 1958년 5월부터 국가재건회의 의장 공관으로 옮긴 1961년까지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집이다. 2008년 10월 서울시 등록문화재 412호로 지정한 상태로 소유자는 재단법인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다.

 박 대통령도 유년 시절과 박 전 대통령 시해 이후 1982년 성북동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동생 근령·지만씨와 함께 이곳에서 지냈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신당동에 살던 시절에는 공기놀이의 동네 챔피언이 되기 위해 근영이와 집에서 공기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적었고, 1979년 11월 21일 청와대를 떠나왔을 때는 “적막한 신당동 집을 보고 있자니 첩첩산중에 버려진 심정이 이렇게 막막하고 외로울까 싶었다. 밥알이 모래알처럼 느껴져서 넘길 수가 없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저도 에어컨 안 틀어”=박 대통령은 청와대가 절전에 솔선수범할 것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저도 요즘 에어컨을 전혀 틀지 않고 지내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는데 청와대가 솔선수범해서 전력 소모를 줄여달라”고 말했다.

 회의가 진행되던 오전 10시쯤 서울의 기온은 27.9도를 넘어섰고 선풍기도 가동되지 않는 청와대 본관 집현실은 후텁지근했다. 박 대통령은 허태열 비서실장이 윗도리를 벗고 회의를 하겠다고 말하자 “잘하셨다”며 “여름에 윗도리 입고 어떤 때는 넥타이까지 매고 하는데, 전기를 절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거는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호응하면서 회의는 노타이에 와이셔츠 차림으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에너지는 국가 경제의 혈액과 같은 것”이라며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 공급하지 못하면 국가 경제가 빈혈이나 혈액 순환 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전력난이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 처방으로 넘어갔는데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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