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백계와 제도 폐지, 국제중 입시 비리 막는 합리적 대책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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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논리 vs 논리

중앙, 철저한 조사 강조 … 한겨레, 교육 불평등 지적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모두 국제중 비리가 심각해서 학교 관계자들을 처벌하기만 해서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비리 학교인 영훈중과 대원중에 대해서는 국제중 인가를 취소하고 일반계로 돌리라고 했다. 두 신문은 한목소리로 국제중이 설립 취지와 맞지 않게 입시 학교가 되어버렸다고 비판하며, 국제중 폐지를 검토하라고 했다.

똑같이 국제중을 비판하지만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다. 한겨레는 사회 제도가 잘못되어서 문제가 계속 생기니 제도를 바꾸자는 쪽이다. 중앙일보는 비리를 제대로 처벌해서 부정을 없애자는 쪽이다.

 한겨레는 부잣집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따로 있어서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국제중은 연간 학비가 1000만원이 넘고 영어 수업이 가능한 학생들을 모집한다. 초등학교 때 영어 사교육을 받고 비싼 학비를 낼 수 있는 부유층 학생들이 아니면 이 학교에 입학하기가 어렵다. 상류층 사람들이 자신들을 사회에서 구별 지어 부유층 인맥을 만들기에 좋고 입시에도 유리하니까, 일부 학부모는 부정 입학에 유혹을 느낀다. 한겨레는 부모의 재산에 따라 학생들이 가는 학교가 달라지지 않아야, 입시 비리를 저지르고 싶은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교육 불평등이 비리를 부른다고 보고, 국제중 폐지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중앙일보는 입시 부정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당국의 조사가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학교 관계자들이 검찰에 고발되었지만 점수 조작으로 부정하게 입학한 학부모와 학생들 명단은 공개되지 못했다. 그러니 부유층 자녀가 점수 조작으로 합격했다는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 학부모와 학교 사이에 금품이 오고 갔는지도 밝혀내라고 했다. 비리에 대한 조사가 부실하면, 사람들은 비리의 유혹에 넘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여러 의혹을 확실히 파헤쳐야, 앞으로 우리 사회가 입시 부정에 경각심을 갖게 된다. 중앙일보는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와 학생이 반칙을 할 때, 징벌을 무겁게 해서 입시 비리를 억제하고자 한다.

특권층 논란 없는 수월성 교육 모색의 계기 돼야

부정과 비리가 터졌을 때, 그 비리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징벌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그 비리가 생겨난 사회 제도에 대해서 점검하는 일도 필요하다. 살펴보면, 중앙일보는 비리 척결을 통한 정의 구현을 목적으로 한다. 중앙일보에 대해서는 국제중 제도 자체에 대해 살피지 않고 입시 부정 자체를 주로 문제 삼았기에, 국제중 입시 비리의 뿌리인 특권층 학교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는 희석시킨다고 비판이 가능하다.

 이 비판에 대해 중앙에서는 비리를 저지른 두 국제중을 인가 취소하고 일반계로 돌리라고 하고, 전체 국제중에 대해서도 존재 의미에 대해 의문을 표했기에, 국제중 제도 자체에도 사회적 문제를 제기했다고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중 제도 자체가 특권층을 형성하게, 비리를 생기게 하는 원인이 되었음에 대해서 더 설명했으면, 이런 비판은 사전에 예방되었으리라고 본다.

 한겨레는 부유층이 내부 인맥을 형성하는 국제중이 문제의 뿌리라고 보고, 국제중을 없애고자 하는 태도가 분명하다. 하지만 똑똑한 학생들에게 특별 교육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발할 수 있다. 비리는 비리대로 바로잡고, 우수 학생을 위한 교육은 그것대로 해야 인재가 길러진다고 반론이 가능하다.

이 반론에 대답하려면, 한국에서 수월성 교육에 대해 오해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우수 학생을 위해 학교를 따로 만들어야만 수월성 교육인 줄 아는데, 세상이 다 그렇지는 않다. 영국과 미국은 비싼 학비를 받으며 고급 교육을 하는 사립학교가 있다. 하지만 핀란드와 캐나다 같은 복지국가들에서는 경제력에 따라 학교가 나뉘지 않고 학생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며 학교 안에서 수준별로 맞춤 교육을 받는다.

송승훈
남양주광동고 국어 교사

 학교 안에서 수준별로 학급이 나뉘지만, 우열반 시비가 없는 이유는 각 학급에서 받은 성적이 대입에 동등하게 인정되기 때문이다. 내신 위주로 상급학교에 가고, 수준이 낮은 학급에서 공부한 학생이 그 교실의 교사에게 점수를 잘 받으면 우수반에 가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게 배려한 부분이 이 정책이 성공한 기반이다. 한겨레가 수월성 교육이 평등 교육과 어긋나지 않게 운영되는 사례를 이야기했다면, 단순한 찬반논쟁을 넘어 더 나은 교육체제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리라고 본다.

송승훈 남양주광동고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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