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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록-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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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 대통령의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방문으로 근대적 규모의 축산사업 도입이 점차로 구체화해 가는 것 같다. 위의 두 나라에서도 한국농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기술면에서 많은 협력을 줄 곳과 또 어느 정도의 원조도 주리라는 언약도 있었던 듯하다.
그러면 앞으로 축산업을 어떤 규모로 발전시길 것이며 또 종래 농가의 유축농은 어느 정도로 장려될 것이냐, 또 축산업개발의 목표는 농업생산과 그 수입을 높이자는데 있다고 하면 국민식량의 자급책과는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이냐, 또 국민식량의 영양가를 높일 것과 겨루어 생각한다면 아직 미 개발상태에 있는 수산업의 근대화와는 어느 정도로 균형을 가질 것이냐 하는 것 등 상당한 기간의 조사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축산업의 근대적 규모의 개발은 종래의 농업국에서 공업국으로 옮아가는 것만큼 농업사회에는 생산기술과 사회구조면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을 예상치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나라 농업생산에는 어느 정도의 혁명의 바람이 불어와야 할 것이다. 농업국이라고 하면서도 쌀 농사에만 치우쳐 가지고 하늘만 쳐다보며 삼년에 한번 먹어 도쌀농사가 가장 유리하다는 종래의 지주본위의 경영관습도 버려야 할 것이고 또 토지에 따라 잡곡이며 특수농작물을 장려, 개량하여 나갈 것도 생각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특히 꽃피는 봄과 오곡이 익어가는 가을에 비가 적은 기후관계는 과수재배에 가장 적절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아직 본격적인 장려나 개량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우리나라 농업에는 다각적인 커다란 개혁이 있어야 할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어떤 개혁을 도모하든지 결과에 있어서는 농업생산을 높이는 일과 곧 농가의 수입을 높이는 일이 되지 않아서는 국가정책으로서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앞으로 근대적 규모를 갖춘 축산업을 도입한다는 일도 역시 농가의 수입 증대와 농촌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 되게 하여야 할 것이다.

<목초자원 우선 개발>
축산업이라고 하면 우리들에게는 우선 소와 돼지와 닭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종래의 방식과는 달리 전문적인 기업규모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써는 헤아리기 어려운 전문적이며 또 종합된 지식을 가지지 못하고는 축산업의 대규모 경영이란 것을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축산업의 개발이라고 할 때 우리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은 우리나라의 헐벗은 산야의 녹화조림사업과 긴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점을 대개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벌거벗은 산에 조림사업을 시작한다고 할때에도 우선 나무를 심기 위해서 그 밑거름이 될만한 풀씨를 뿌려서 풀밭(초원)을 만들어야 하는 일이다. 또 소를 먹인다고 할때에도 소의 식량으로서 목초가 절대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축산업을 도입하여 이를 상당한 규모로 발전시키자면 먼저 축산종류에 따라 목초의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축산업의 도입을 구상하는 이 기회에 정부는 국토 녹화의 사업을 면밀하게 하여 추진하되 이를 국민운동으로써 강력히 추진하여야 할 것을 생각해 봄직하다.
때때로 심한 가뭄이 들고 또 흉수가 났다고 소동을 일으키고 있으나, 이는 국토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산야지대에 제대로 조림사업을 해오지 않은 탓임을 누구나 부인치 못할 것이다.
지난번, 전라도의 가뭄에도 지하수를 개발하여 지하10미터를 파고 물을 끌어올린다고도 했지만 산의 개울물이 말라버린 땅에 지하수가 풍족할리 없고 지하수를 찾아낸다고 해도 논에 물을 대기란 도저히 바랄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산에 수목이 그득 차있어야 개울물도 끊이지 않고 흐를 수 있고 지하수도 풍족할 수 있는 것이다.

<국토 아낄 줄 알아야>
그런 점에서 축산업을 새로이 착안하는 정부는 이 기회에 축산업을 위한 목초자원의 개발을 위해서도 필요하려니와, 우리의 국토 그 자체를 부강케하는 기본요건으로서 국토녹화 사업을 전국적으로 일으켜야 할 것이다.
축산업의 개발도 2, 3년이나 4, 5년의 세월로써 성과를 거둘 수는 없는 것이다. 적어도 산야가 푸르르고 소나 염소의 먹이가 넉넉할 만큼 국토의 녹화를 보지 못하고는 축산업의 기초가 잡힐 수 없을 것이다.
국토녹화의 전국적 조림사업이나 목초의 개발도 역시 그렇다. 4, 5년의 세월로써 국토녹화의 기초는 잡히지 않는다. 적어도 20년을 목표로 하고 계획조림을 하되, 계속해서 끊임없이 식목과 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국가의 기본정책의 하나로 확고한 기초를 가지게 되어야 한다.
만일 우리국토 위에 녹화사업이 볼만한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임산자원에 의한 풍성한 수출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가성립의 기본적 요건은 사람이 붙어 살 수 있는 국토가 그 가장 중요한 것임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까지 우리 국토는 헐벗고 있다. 뼈대만 남아 있는 형편이다. 여름장마철에는 산이 무너져 내리고 개울바닥이 흙으로 메워진다. 아직까지 구고를 아끼고 산을 돌보는 국민적인 정성이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나무 심는 일은 1년에 한번, 그때를 우리는 해마다 놓이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국토녹화운동을 일으키자고 한 대도 묘목의 준비가 어느 정도로 되어있느냐고 할 때 절대 의문인 것이다. 이는 축산업을 대규모로 일으키자고 하는 이 마당에 목초상정은 어떠냐고 하는 거소가 다름없는 질문이 될 것이다. 축산업의 개발에는 국토녹화사업이 그에 앞서거나 병행되어야 할 것을 거듭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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