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 에어·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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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에어·쇼」를 맞을 때마다 반드시 연상되는 얘기 한토막이 있다.
미국공군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던더·버드」곡예비행「팀」의 조종사 부인들은 그들의 남편들이 하늘에서 그야말로 멋들어진 공간예술을 창조해내는 동안 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드릴」을 만끽하지만, 가슴을 조이고 손에 땀을 쥐면서 불안해 하지않으면 안될뿐아니라 F100전투기(「던더·버드」의 기종)가 초저공으로 급강하 할때마다 온몸에 전율을 느껴 얼굴을 파묻어 버릴 수밖에 없었노라는 후일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기만 한것이다.
나의 주변에도 가슴을 태우는 조종사들의 부인네들이 있기 때문에, 동병상린을 실감해야될 처지가 되는 것이다. 이미 널리 소개되었지만 공군의「블랙·이글」(검은 독수리)이라는F 5A초음속 전투기로 구성된 특수곡예비행「팀」이 있는 것이다.
편대장을 비롯한 6명의 젊은 조종사들은 내가 오래전부터 잘아는 유능한「파일러트」들이며, 훌륭한 가장이자 남편들임을 잘알고 있기 때문에 부인네들의 평소 심정이 어떤가하고 궁금해할 때가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미국공군조종사의 부인들의 경우처럼 그리 큰 걱정거리는 없었다. 특히 편대장 L소령 같은 분의 부인은 오히려 남편의 숙달된 조종기술을 확신하고 또한 신념이 서있는 것이어서 자기가 남편에 대한 자랑스러운 긍지를 찾고있는한 조금도 불안하지 않다는 말을 할 때에 나는 그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어·쇼」가 끝나면 그동안 수고를 많이 하신 곡예비행「팀」의 조종사들뿐만 아니라 남편들이 멋지게 국민앞에서「하늘의 율동」을 완수해내기에까지 남모르는 뒷바라지를 해온 .부인네들과 진정으로 감사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벼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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