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비자금 관리 의혹 신모 부사장 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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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CJ그룹 이재현(53) 회장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7일 홍콩 소재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 신모(5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CJ그룹 수사가 시작된 뒤 관계자에게 영장이 청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특히 구속영장에 신씨가 이 회장과 모든 범죄사실을 공모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이 청구된 신씨는 CJ그룹 홍콩개발팀장, 홍콩법인장을 지냈으며 이 회장의 국내외 비자금을 관리한 핵심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에게 적용된 주된 혐의는 2005~2010년 CJ그룹이 계열사들을 동원해 차명으로 ㈜CJ주식을 거래하면서 발생한 이익에 따른 수백억원의 양도소득세 등을 탈루(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신씨가 차명거래와 세금 탈루 사실을 모두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는 정황을 확보했고 이를 신씨의 영장에 그대로 적었다.

 검찰은 CJ의 주식 차명거래에 동원된 자금의 조성에도 신씨가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1998년부터 수년 동안 CJ의 인도네시아 사료법인 등과 위장거래 방식으로 수백억원대의 종잣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공소시효가 지나 혐의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신씨가 이후 버진아일랜드 등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끼워넣는 형태로 추가로 수백억원의 돈을 빼돌린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 법인 매각 자금 일부도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조성된 해외 비자금이 2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특별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배임과 횡령 부분도 모두 이 회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당초 지난 6일 신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다 혐의가 어느 정도 확인되자 이날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씨 영장에 이 회장의 공모 부분이 기록된 만큼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당초 2~3개 국가의 관련 기관에 의뢰한 해외 비자금 거래 자료를 받은 뒤에야 이 회장을 소환할 수 있을 것으로 봤으나 신씨에 대한 신문에서 예상보다 많은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2005~2006년 재무팀 상무를 거쳐 2007년 부사장에 올랐다. 이후 CJ그룹이 홍콩에서 운영하는 특수목적 법인들의 설립을 주도했다. 현재는 홍콩에 있는 사료사업 지주회사인 CJ글로벌홀딩스의 대표이사다. 홍콩은 CJ그룹이 비자금을 조성·운용하며 탈세 및 해외재산 도피를 한 거점으로 꼽힌다.

 신씨는 이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해오다 2008년 살인청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모(44) 전 재무팀장이 근무할 당시 직계 상사였다. 이 전 팀장은 이재현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씨와의 갈등을 적기도 했다.

이가영·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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